매일신문

[사설] 反사회적 공공재 테러, 강한 처벌 뒤따라야

새벽 시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문화재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다. 경복궁 담벼락에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이 적혔다. 경복궁과 가까운 서울경찰청 청사 담벼락에도 같은 낙서가 발견됐다. 용의자는 자신의 행적을 사진으로 찍어 가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을 공공재에 대한 테러로 풀이하는 한편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는 반사회적 일탈 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들이 알리고자 했던 것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인 것으로 보인다. 공공재를 훼손하면서, 그것도 불법적인 것을 홍보하겠다는 취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합법적 영역에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주의·주장을 위해 테러를 감행하는 건 몰상식에 가깝다.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경기를 중단시킨 페미니즘 록그룹이나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에 페인트를 쏟아부은 환경운동가들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목적이 옳다 해서 어떤 수단이든 정당해지는 건 아니다.

한편으로는 문화재 관리의 사각지대를 다시 확인한 셈이 됐다. 지금껏 발생한 문화재 관련 테러는 대개 경비 허술 등 관리 소홀 탓이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해 체포한다지만 사후약방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문화재를 둘러싼 담벼락 등 44m에 이른 구간이 낙서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 못지않게 용의자가 붙잡혀도 무겁게 다스려지지 않을 거라는 데 또 놀란다. 지난 2017년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사적 제153호)과 주변 학교 등에 스프레이로 욕설과 미국을 비하하는 문구 등을 적은 40대 남성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경복궁을 둘러싼 담벼락이라 할지라도 보호돼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문화재 보존과 관리를 문화재를 귀하게 여기는 국민들의 선한 의지에만 기대선 곤란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2008년 국보 숭례문 전소의 교훈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 문화재는 일단 훼손되면 복구가 상당히 까다롭다. 문화재 훼손범에게 복구 비용 전액 청구는 물론 형량도 높여 반사회적 테러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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