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에서 배 타고 낚시한다고?"…배가 산으로 간 문경 돌리네

찻사발의 고장 문경에 자연이 만든 생태사발 ‘돌리네 습지’
마르지 않는 산속 샘물…육해공 932종 동식물 서식 세계적 생태보고 진면목 드러나
정부 생태관광지·세계 람사르습지 선정, 국가지질공원 인증되면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도전도

하늘에서 본 문경 돌리네습지. 문경시 제공
하늘에서 본 문경 돌리네습지. 문경시 제공

"여러분은 해발 290m 산속에서 낚시도 하고 배도 타고 농사도 지었고 지금도 900여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국내에서 유일하게 그런 곳이 있다. 바로 경북 문경의 굴봉산에 있는 돌리네(doline) 습지 이야기다.

대한민국 최고의 '찻사발' 고장인 문경에는 자연이 만든 거대한 생태 사발인 돌리네 습지가 있다. 지난 10월 환경부가 이곳을 생태관광지로 지정하고 세계 람사르 습지에도 선정되는 등 그 신비로움과 희귀성의 진면목이 인정받으며 방문객이 늘고 있다.

돌리네는 땅속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깔때기나 사발 모양의 우묵한 지형을 말한다. 문경 돌리네 습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1년 365일 물을 일정하게 담아 마치 찻사발이 차를 담은 모양과 흡사하다. 여기에 932종의 동식물이 서식해 '생태 사발'이라 불린다.

문경 돌리네습지를 찾은 생태관광객들
문경 돌리네습지를 찾은 생태관광객들

◆900여 종 동식물 공존하는 습지

주민에 따르면 돌리네 습지는 예부터 석바다(바닥이 돌인 바다)라 불렸다. 산속이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주민은 해발 290m인 이곳에 배를 이용해 오가며 낚시로 붕어도 잡고 농사를 지었다.

문경 산북면 우곡리 해발 270~290m 굴봉산 정상부 석회암 산지에 있는 이곳의 주변 면적은 49만4천여㎡(15만평 이상)이다. 습지만 따지면 축구장 3개 정도 너비다.

일반적으로 석회암지대는 배수가 잘 이뤄져 습지가 발달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경 돌리네는 석회암이 빗물에 용해되고 남은 점토질 광물이 배수 구멍을 막은데다 주변에 물이 솟아나는 용천수까지 있다.

그 덕분에 돌리네 지형에 연간 습지 수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는 국내에서는 문경이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희소성이 있다.

여기에 희귀 식물 위로 매와 소쩍새가 날아다니고 담비와 삵이 거닐며 수달이 헤엄치는 등 생물 다양성도 풍부하다.

문경 굴봉산 돌리네습지. 습지 중간 친환경 데크길을 조성해놓았다. 문경시 제공
문경 굴봉산 돌리네습지. 습지 중간 친환경 데크길을 조성해놓았다. 문경시 제공

◆생태관광지로도 인기

생태관광은 자연환경을 존중하며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체험하고 동시에 환경보전에 이바지하는 여행방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태관광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관광객들의 잦은 방문에 오히려 훼손될 우려도 있다.

이에 신현국 문경시장과 문경시 담당부서인 환경보호과 직원들은 환경보호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 지역민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수년간 집중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세부적인 보전방안을 시행하면서 지형과 특성을 고려한 생태탐방로, 관찰데크, 생태체험·교육시설 등을 설치해 지역 생태관광명소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 마을축제를 열고 있으며 지난 10월 2회에 걸쳐 가족형 체험 투어 프로그램인 '웰컴 투 돌리네랜드'행사를 첫 개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시는 생태관광지 및 세계람사르습지 지정에 이어 국가지질공원과 세계지질공원 인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방문객들도 "인스타그램용 관광지가 아니라 진정한 힐링 관광에 제격"이라거나 "워낙 희귀 동식물이 가득해 아이들과 함께 자연 생태계를 공부하는 생태박물관 같았다", "3㎞ 둘레길이 너무 편안했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문경돌리네습지에서 열린 축제 모습
문경돌리네습지에서 열린 축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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