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류보석 씨는 최근 연말 모임을 위해 오징어회 전문 식당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징어회를 제외한 다른 해산물만 주문할 수 있었던 것. 직접 확인해보니 횟집 수족관에는 다른 어류만 가득했고 오징어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류씨는 "오징어가 겨울에 제철이라 일부러 전문 횟집을 찾았는데 정작 오징어는 못 먹고 다른 해산물만 먹고 왔다"며 "오징어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물건이 아예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아쉬워했다.
제철 오징어가 '금(金)징어'가 됐다. 가성비가 좋아 여럿이 모이는 식사 자리에서 먹기 좋던 오징어는 수온 상승 영향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어획량이 줄자 덩달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18일 기준 물오징어(생) 물가는 6천546원이었다. 일주일 전은 6천467원으로 79원 올랐다. 1년 전 가격인 4천59원에 비해서는 1.5배 이상 올랐다.
오징어 물가는 꾸준히 오름세에 있다. 한국물가협회의 '11월 월간 생활물가 동향'을 보면 국내산 물오징어가 마리당 1만1천950원에 거래돼 전월 가격인 8천410원보다 42.1% 증가했다. 국내산 냉동 오징어도 전월 5천190원보다 9.2% 증가한 5천670원에 거래됐다.
대구 지역 오징어 물가는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참가격에 따르면 이날 대구 오징어 물가는 당일 6천590원이었다. 역시 1년 전 가격인 4천465원보다 1.5배 뛰었다. 냉동 오징어 가격은 마리당 6천960원으로 서울, 부산, 광주 등보다 1천원 이상 비쌌고,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오징어가 금징어가 된 데는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2023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바다 연평균 표면 수온 상승률은 1.36℃에 달했다. 이는 세계 평균 상승률 0.52도보다 두 배 이상 높다. 15~20도 정도로 오징어의 적정 서식 수온을 유지했던 동해안 온도 상승률은 국내 평균보다 더 높은 1.82℃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
수온이 높은 상황에 지난 1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경북 내 연안복합어업에서 어획된 오징어는 생산량은 51%, 생산금액은 41% 각각 줄었다.
대구 중구에서 오징어 전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규(35) 씨는 "오징어가 9월부터 안 잡히기 시작하더니 지난달과 이번달은 오징어가 아예 없다"며 "오징어를 찾는 손님들에게는 한치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전만 해도 오징어 가격은 마리당 1만원 대였는데 2배 정도 올라서 마리당 2만원 중반을 훌쩍 넘는다. 가성비가 좋은 대표적인 회였기 때문에 판매량이 물가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올해 서해지역에는 꽃게, 먹갈치, 홍어 등 주요 어종의 어획량이 크게 늘고 있지만 동해는 자원이 현격히 줄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획량이 줄어든 원인을 분석하고 수산자원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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