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열어 놓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이준석 전 대표와 친분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창당 발표가 아닌 연대 가능성 수준이지만, 눈길 가는 이유는 이들의 상징성에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의힘 최연소 당 대표로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보수 정당의 개혁과 혁신의 아이콘이었고, '아재 정당' 이미지를 변화시킬 인물로 주목받았다. 나이를 떠나 홍준표-유승민-안철수 등 여당 내 주요 인사들과도 절친인 핵심 인사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만 국회의원 5번, 지방자치단체장(전남) 1번의 공천을 받아 모두 이겼다. 중간에 열린우리당이 노크했을 때도 '꼬마 민주당'을 지켰고, 국무총리를 지내며 문재인 정권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도움을 줬다. 21대 총선에선 박근혜 정부 총리를 지낸 황교안 후보와 '종로 대첩'에서 승리하며 진보 정권의 자존심을 지켜낸 인물이기도 하다.
추앙받던 인물들이지만 최근 당내 최대 '빌런'(악당)으로 전락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2021년 6월, 이낙연 전 대표는 2020년 8월에 각각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됐기에 불과 2~3년 만의 일이다. 이들의 언변도 180도 달라졌다. 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들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준석), "통합의 정치와 협치를 이뤄 내겠다"(이낙연)고 했다. 하지만 최근 이준석 전 대표는 "당이 고쳐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했고, 이낙연 전 대표는 "민주의 가치와 품격을 떨어뜨렸다"며 내부 총질의 선봉에 섰다.
각자의 생각과 입장을 왜곡하거나 폄훼할 생각은 없으나, 이들의 문제점은 여기서 시작한다. 손바닥 뒤집는 듯한 언행 때문에 정치적 신뢰도엔 상처가 났다. 당무에 불만이 있다면 내부 개혁이나 투쟁을 통해서도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일이다. 이들의 탈당은 자칫 학교를 자퇴하면서 새로운 반장이 마음에 안 들고 학교 전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격이다. 교육 시스템 전체를 부정하는 셈이기도 하다.
정치력 회복을 위한 개인적 욕심 때문이라면 더 문제다.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선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라면 누구라도 당선될 분위기였으나 석패한 이재명 대표를 인정 못 할 수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복당 가능성을 부정하면서도 "만약 복당한다면 신용 거래는 더 이상 안 한다. 이제는 현금 거래만 할 것"이라며 지분 요구 뉘앙스를 풍겼다.
두 사람은 정치적 요구를 하기 전에 자신들이 당의 수장이었을 때 구상했던 숙제를 완수하지 못한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당 대표 경선에서 수많은 당원에게 했던 약속과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작금의 정치판에서 나 아니면 안 된다' 식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개인의 정치적 영달만을 위한 창당이라면 신당을 빙자한 구태라는 점도 금세 간파당한다.
'빌런'으로 역사에 남을지 진정한 '어벤져스'가 될지는 지금부터의 행보에 달렸다. 신당 창당을 통해 '어벤져스'로 부상하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변화무쌍한 정치판에서 '절대'라는 단어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가 현실화하는 것보다 가능성은 낮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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