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 활동이 현저히 줄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기 힘든 고립 청년이 약 54만 명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이 중에서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제한된 공간에서 스스로를 가둔 은둔 청년이 2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고립과 은둔의 가장 큰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이었고,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순이었다.
문제는 고립 청년의 문제는 고립된 개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추산한 고립 청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7조원에 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2명 중 1명은 신체 또는 정신 건강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명 중 3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일반 청년의 33배에 해당한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먼저 겪은 곳은 이웃나라 일본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1990년대 '경제 버블(거품)'이 꺼지면서 고개를 들었다.
히키코모리란 '틀어박히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일본어 '히키코모루'(ひきこもる)의 명사형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적 참가 영역이 좁아져서 취직이나 취학 등 자택 외에서의 생활의 장이 장기간에 걸쳐 단절된 상태'와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까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층이 은둔·고립으로 내몰렸다. 일본은 만 15~64세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약 146만 명이 6개월 이상 자신들의 방이나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라 추정하고 있다.
애당초 일본 정부는 히키코모리를 청년 세대의 문제로만 여겼다. 10대들이 학교에 가지 않거나 20대들이 취업을 하지 않으려는 하나의 '세태' 정도로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히키코모리는 전 세대에 걸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취업의 적기를 놓친 청년 히키코모리는 경제가 회복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 복귀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얼마 전 코로나19 창궐도 히키코모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의 고립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특히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학자들은 한일 양국의 치열한 경쟁과 높은 기대감을 원인으로 꼽는다.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문화와 학력 지상주의가 청년들에게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준다는 것이다.
국내 은둔형 외톨이 문제 역시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 들어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저지르는 이상 동기 범죄, 이른바 '묻지마 범죄자'들의 상당수가 고립 청년 내지는 은둔형 외톨이에 의해 자행됐다.
우리 사회의 고립·은둔 청년들이 사회와 격리되지 않도록 다양한 청년 복지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지역 내에 있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그다음 이에 입각한 다각도의 맞춤형 복지 지원 역시 이뤄져야 한다.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 자치경찰, 소방,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학교, 자원봉사단체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로컬 거버넌스'를 구축하자. 시민 곁의 자치경찰도 이런 든든한 사회안전망 만들기에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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