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이 양자물질에서 액정과 유사한 물질 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4일(한국시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실렸다.
휴대전화 화면 등에 쓰이는 액정은 액체도 고체도 아닌 제 4의 상인 '네마틱'으로 불리는데, 양자역학적인 스핀계에서도 존재의 이론적 예측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실제 물질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네마틱은 액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분자 배열이 규칙적인 고체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 네마틱을 관찰하기 위해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고체상태인 자석성질과 빛(X선)을 이용해 새로운 장비를 설계했다.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협업해 4년이 넘는 연구 끝에 공명 비탄성 X선 산란장비(RIXS)를 만들어냈다. 이후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가속기 빔라인에 개발한 장비를 적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유력 고온 초전도체 후보물질로 꼽히는 이리듐 산화물에 X선을 조사하며 스핀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리듐 산화물에서 230K(-43.15℃)~260K(-13.15℃)의 온도 범위 안에는 스핀 네마틱 상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핀 네마틱 상의 발견은 물리학자들의 숙원 과제인 스핀 액체 탐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평가가 크다.
공동 저자인 조길영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양자컴퓨터 등 양자 정보 기술에 활용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스핀 액체를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스핀 네마틱은 스핀 액체와 공통적인 물리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스핀 액체 탐색의 핵심 단서가 된다"면서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이리듐 산화물의 전자 농도 변화를 통해 고온 초전도 현상도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김범준 교수는 "RIXS는 X선 과학 분야에서 지난 10년 간 가장 주목받은 기술 중 하나로 기대된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방사광 X선 실험 인프라 및 활용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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