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4·10총선을 통해 당내 주류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용퇴시키고, 그 후신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에게 대거 공천장을 쥐어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총련은 NL(민족해방파) 주도 하에 북한 주체사상을 맹종하다가 대법원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됐다. 전대협보다 더욱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이었던 전력으로 중앙정치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던 한총련 세대는 최근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활동을 통해 이 대표 친위대를 자처, 22대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야당 주류, 전대협→한총련으로 바뀌나
현 21대 국회에서 전대협 운동권과 관련된 민주당 내 전·현직 의원은 70여명에 달한다. 소속 의원(167명)의 약 40%를 차지하며 제1야당의 주류로 불린다.
같은 5선의 송영길 전 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태년·우상호·우원식·윤호중·이인영·홍영표 의원(4선), 김경협·김민석·남인순·박완주·박홍근·서영교·유기홍·윤관석·윤후덕·이원욱·이학영·인재근·정청래 의원(3선)과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86그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실시된 2004년 17대 총선을 시작으로 여의도 국회에 진출해 문재인 정부에선 청와대 핵심 요직까지 꿰찼다.
조국 전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신동호 전 연설비서관, 유송화 전 춘추관장,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유행렬 전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 등이다.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국회로 자리를 옮겼다.
달이 차면 기우는 법. 2017년 문재인 정부 및 2020년 21대 국회 출범으로 전성기를 누린 전대협 출신은 최근 이 대표 사당화가 가속화되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부터 중용한 한총련 출신이 22대 국회 입성을 대거 노리는 탓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86그룹에서 97세대로 민주당 내 운동권 세대교체가 임박하다고 전망한다. 86그룹 '맏형'격인 송영길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된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586 운동권의 씁쓸한 윤리적 몰락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은 1980년대 운동권 경력으로 국회의원까지 되었지만, 그들의 인식과 윤리는 그 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지금 많은 청년들이 586 운동권의 청산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대협보다 北 맹종했던 한총련에 우려 목소리
4·10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총련 출신은 강위원 당 대표 특보, 구자필 전 경기도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장, 이석주 '촛불백년이사람'(이재명 지지모임) 상임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정의찬 당 대표 특보는 민간인 고문치사 논란으로 공천 적격 판정이 번복되기도 했다.
강 특보와 정 특보는 각각 한총련과 남총련(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 의장을 지냈다. 구 전 본부장과 이 대표는 각각 한총련 중앙위원과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낸 핵심 간부다.
운동권과 무관한 이재명 대표가 이들 97세대와 연결된 건 성남시장 시절로 추정된다. 이때 인연을 맺은 강위원 특보는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이 대표 핵심 측근 3인방으로 자리 잡았다. 강 특보는 친명 외곽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당 안팎의 86 및 중진 용퇴론을 못 이기는 척 수용하면서 대신 한총련 출신 97세대에게 공천을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 주류를 교체해 확고한 '진명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설명이다. 공천 칼날은 86그룹 가운데서도 다선 비명계를 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혁신회의는 현역 의원 50% 및 3선 이상 75% 물갈이를 거듭 촉구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 강위원 특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소위 올드보이들이 현직을 유지하려는 건 욕망에 불과하다"며 "정말로 대한민국을 개조하기 위한 비전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새로운 철학과 가치를 가진 새로운 세력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 책임정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국회 입성 시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과거 이석·이종권 고문치사 사건과 연세대 사태로 대중은 물론 운동권 내 지지마저 완전히 잃은 데다, 북한 주체사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이제 586 정치를 극복하자고 하는데 586보다 더 한 게 97"이라며 "90년대는 이미 한국이 민주화되고 세계사적으로 소련과 동독, 동유럽의 공산주의가 무너진 상황이었는데 97세대는 북한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지적했다.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해서도 "90년대 대학교를 동경해 재학생이 아닌 사람도 캠퍼스에 많았는데, 그들을 프락치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들이 국회에 들어오려 한다고 하니 갈수록 태산"이라고 비판했다.
97세대는 정치·사회 진출을 통한 제7공화국 건설을 궁극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제7공화국은 진보적 공화주의에 기반을 둔 기본사회라는 게 강위원 특보의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을 완전히 장악한 이재명 대표가 공천권을 통해 86그룹을 물갈이하고 그 자리에 97세대로 채울 공산이 크다. 이미 물밑에서 사전정지 작업이 진행돼 전대협과 한총련이 공천 갈등까지 벌이는 상황"이라며 "전대협보다 친북성향이 짙은 한총련 세대가 강경 주사파인 경기동부연합 등과 함께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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