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과거를 준비하던 수험생들은 요약서인 '초집'(抄集)에 의존했다고 한다. 시험범위가 너무 넓은 탓이었다. 중국에서조차 경전이 어려워 사서일경을 시험과목으로 했는데 조선은 사서삼경 또는 사서(논어, 대학, 중용, 맹자) 오경(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을 과목으로 택했기 때문이었다. 시험관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기존 문제를 조금씩 변형해 낼 수밖에 없어 기출문제가 많았던 것도 초집 의존도를 높인 이유였다고 한다. 출판문화 비활성화와 종이 부족도 한몫했다. 현직 관리조차 사서오경을 제대로 갖춘 이가 적었다고 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이 1447년(세종 29년) 문과 중시에 응시해 급제한 문신 정종소(鄭從韶)의 시권(試卷, 답안지) 원본을 온전한 형태로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현존하는 것으로는 가장 이른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종소의 동기생은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정창손 등으로 명망 있는 인사들이다. 답안지 주인공인 정종소는 '인재를 사용하는 방법과 조선 초기 국정 운영'을 묻는 문제에 '전반적으로 왕이 고금의 원칙과 도리에 맞게 시행한다면 문제가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적었다.
인재는 시험으로만 발탁되는 게 아니다. 송나라의 개국공신 조보(趙普)가 읽은 책은 논어 한 권이 전부였다고 한다. 재상으로 태조 조광윤을 보필한 데 이어 태종까지 보좌하게 되자 그를 시기하며 헐뜯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시쳇말로 '가방끈이 짧다'는 험담이었는데 태종도 팔랑귀였는지 조보를 불러 따져 물었다. 조보는 "논어 한 권이 읽은 책의 전부인데 반으로 태조를 도와 나라의 기틀을 세웠고 나머지 반으로 태종을 빛내는 데 쓸 것"이라 했다. 조보에 대한 태종의 신뢰는 더 높아졌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인물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간택된 이들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는데 내가 먹기 좋은 떡은 남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무색하게 상대 당에서는 흠집 내기에 바쁘다. 국민 입장에서 보는 인재상은 명확하다. 명심(明心)이니 윤심(尹心)이니 눈치 보며 정치생명 연장하는 추태를 보이지 않길. 국민을 우선에 두고 '고금의 원칙과 도리에 맞게 시행할 수 있는' 인재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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