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정부 인구 소멸 자구책에 중앙정부 늑장 대응 안 될 일

당정이 내년 2월부터 난임 부부 체외수정 시술의 급여 횟수를 16회에서 20회로 확대한다는 소식이다. 특히나 인구 소멸 위기를 맞은 시점에 적절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인구 소멸에 직면해 자구책을 마련한 경북도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석 달 전 경북도는 정부에 '난임 부부 확대 지원 사업' 신설 협의를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터다. 지방정부의 목소리가 즉각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월 경북도는 도내 6개월 이상 거주한 난임 부부에게 시술 종류에 관계없이 총 22회, 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난임 부부 확대 지원 사업' 시행을 결정하고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 신설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가 유사한 사업을 이미 하고 있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북도는 정부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정부의 대책에 중앙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 까닭이다.

중앙정부의 대응을 아쉬워하는 지적은 이어졌다. 이달 초 박채아 경북도의원은 경북도 예산안 심사에서 난임 부부의 사연을 공개했다. 서른한 살에 결혼해 유산과 조산을 겪고, 시험관 시술 등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임신이 수포로 돌아가 내년이면 마흔 살이 되는 부부의 분투기였다. 막대한 각종 시술 비용 부담으로 아이 갖는 걸 포기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당부였다. 박 도의원은 "경북도가 사업 신설 협의 요청을 위해 직접 정부 부처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중앙정부의 예산이 따로 드는 것이 아닌데 아무런 답변이 없는 것은 지방정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타당한 주장으로 보인다.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정부의 노력에 늑장 대응하는 건 정부 기조와도 배치된다. 경북도는 긴급한 예산으로 판단해 서둘러 재원도 마련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임신을 시도해야 성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난임 부부 지원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정부도 빠른 답변으로 대처해 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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