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에선 10대 청소년이 주인공인 '자퇴 브이로그'가 자주 보인다. 이들 영상엔 학교 대신 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모습, 검정고시 채점하기 등 학교를 관둔 후 펼쳐지는 일상이 등장한다.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은 자퇴 이유를 묻는 댓글에 '대입에만 집중하려고'라고 답한다. 다른 댓글에서도 공감한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검정고시를 본 뒤 수능으로 대학에 가면 시간을 더 벌 수 있다." "학교에서 비교과 때문에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것보다, 하루빨리 자퇴를 해서 수능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다." "내신 등급이나 수행평가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자퇴의 장점이 끝없이 언급된다.
'자퇴' 하면 비행 청소년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던 옛날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자퇴는 이제 대입 전략 중 하나로 자리 잡기도 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비롯해 서울 주요 대학엔 검정고시 출신 신입생이 최근 몇 년간 급증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수능 대비를 위해 학교 공부는 '버리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한다. 내신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다며 수능으로 역전해 보려는 전략이다. 또 내신을 착실하게 관리하다가도 한 번의 실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정시 파이터'(내신을 버리고, 수능만을 위해 공부하는 수험생)의 길을 걷기도 한다.
앞서 정부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수능 문항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수능에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했다. 정말 킬러 문항이 사라졌을지, 또 이번 수능으로 사교육을 잡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교육에 타격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을 지적하며 타깃으로 삼은 학원에서 수능 수석·만점자가 동시에 나와 정부 발표를 무색하게 했다.
수능 직후 수험생·학부모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분위기도 작년과 달라지지 않았다. "절망스럽고 죽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죄인이 된 것 같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학부모들 역시 '사교육의 힘이 크게 작용한 시험' '학교 공부만으로는 대비가 힘들다는 걸 절실히 알려준 시험'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자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은 한 학부모는 "억지로라도 학군지에 가야 했을까. 혼자 공부해 보겠다는 아이를 그냥 두는 게 아니었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입시가 학생, 학부모 모두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었다.
애초 '킬러 문항' 몇 개로 사교육을 잡고 공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교육은 입시 제도를 비롯해 수도권 집중, 학벌주의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와 떼놓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이 끝나자 전 영역 절대평가 실시, 자격시험화 전환, 수능 폐지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도 현 중2 학생부터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 권고안을 마련하려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교육 당국은 대입에서 학교가 소외되지 않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사교육이 입시에 작용하는 입김을 최소화하려는 고민 또한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일임하는 등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본질은 외면한 '변죽 울리기' 식의 교육 대책은 학생과 학부모만 골병 들게 할 뿐이다. 그러는 새 학교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다. 교육에 어설프게 손을 댔다가 사교육 폭증 등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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