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맞아들여야” [성탄절 축하 메시지]

전쟁·저출산…안팎으로 혼란한 세상
보듬어 안고 지혜와 힘 모아야 할 때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예수님의 성탄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드립니다. 하늘과 땅이 만나고 하느님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성탄을 맞이하여 아기 예수님의 은총이 우리나라와 온 땅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2023년은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이 지나는가 싶더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 더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죽음과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이 세상이 새로운 냉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기후 위기는 우리의 현실로 다가와 때아닌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우리의 '공동의 집'인 지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유엔 기후변화 협약을 더 이상 미룰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핵과 기후 위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구 감소 내지 소멸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출산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지구 상에서 가장 빨리 소멸될 나라가 될 것이라 합니다. 정부의 정책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수많은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이 땅에 하느님께서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9-11)

이제 그분을 맞아들이고 영접합시다. 2천여 년 전 그분께서 어느 고을 누추한 마구간에 처음 오셨을 때처럼, 지금도 가난하고 고통 받고 소외된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으로 오시는 그분을 우리가 알아보고 맞아들인다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 되리라 믿습니다.

다시 한번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리며 기쁜 새해를 맞이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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