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존경하는 고(故) 엄진하 친구가 그립습니다. 친구는 저와 고향이 같은 대구 군위군 의흥면입니다. 그러나 친구는 어렸을 때 고향을 떠나서 중학교 때까지는 몰랐고, 1966년 대구상고에 입학해서 동기생이 되었습니다. 나는 키가 작았으나 친구는 키가 크고 건강해서 럭비 선수를 하였습니다.
외모적으로는 어울릴 수 없는 관계였지만 2학년 1반 실장을 했고, 3학년 때는 전교학생회 총무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운동선수들과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엄진하 친구가 주동이 된 남학생 4명과 여고생 4명이 송림사 부근에 가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정도로 친했습니다.
고교 졸업 후 은행에 취업을 하지 않고, 특기를 살려서 친구는 체육학과에 저는 웅변을 잘했다는 이유로 정치외교학과에 진학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친구는 고등학교 체육선생이 되었고, 저는 공무원을 거쳐 언론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나면 언제나 "엄 선생"이라고 불렀고, 서로 존댓말을 쓰면서 인격적으로 존경했습니다.
친구는 대구상고41회 동기회 사무국장을 10년간이나 맡아 봉사했습니다. 손치익 동기회장이 4년을 할 때도, 또 저가 동기회장을 4년간 할 때도 "엄진하가 사무국장을 맡아주지 않으면 동기회장을 할 수 없다"는 조건부로 수락했습니다. 바로 뒤 이두기 교수가 동기회장을 맡은 2년간도 사무국장을 맡아서 수고를 많이 하였습니다.
10년간이나 사모님도 같이 수고를 많이 했습니다. 저가 동기회장을 할 때 영덕 방면으로 동기생 부부 관광을 갔는데, 사모님이 너무 수고를 많이 해서 내가 10만원을 주면서 건어물이라도 사가지고 가시라 했는데, 버스 두 대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리면서 "이수만 회장이 산 것"이라고 말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친구가 럭비 선수로 활동할 대구상고 때에는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 전통을 이어받아 지난 11월 25~26일 양일간 서울 육군사관학교 을지구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럭비협회장배 전국럭비대회에서 모교인 대구상원고가 전남고에 38대 7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니 친구가 더욱 그립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보기보다 자상한 면이 많았습니다. 매년 가을 모교에서 총동창회 주최 동문체육대회를 할 때에는 빠짐없이 같이 참석해서 하루를 즐겼습니다. 그는 과거 동기회 사무국장을 맡았을 때처럼 음식을 친구들한테 갖다 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념품을 꼭 챙겨서 나한테 주기도 했습니다.
대구에 사는 우리 동기생들은 거의 매월 문양에 가서 등산을 하고 매운탕을 먹는데, 엄 선생도 대부분 참석을 하였습니다.
저가 엄 선생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4년 전입니다. 코로나19로 3년간은 야유회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봄 동기생 모임에서 엄 선생이 보이지 않아 안부를 물으니 많이 아프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화를 몇 번 해도 받지를 않고 '빠른 쾌유를 빕니다'란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습니다. 원래 건강했고, 요즘은 의술이 좋으니까 곧 회복되어서 만날 줄 알았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별세 하루 전에 6년 전 바닷가에서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이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와 너무나 반가워서 '빠른 쾌유를 빕니다'란 말과 사진을 메시지로 전송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일요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작고했다는 부고가 왔습니다.
동기회 카페에 제 손으로 부고를 올리니 전국에 있는 동기생들이 역대 가장 많은 추모의 댓글을 올려주면서 명복을 빌어주었습니다.
방문을 잠그고 통곡을 했습니다. 100세 시대에 일찍 가버린 친구가 너무나 안타깝고 애통했습니다. 조화도 보내고 장례식장에 가서 술 한 잔 올리며 명복을 빌었습니다. 조의금도 드렸으며 사모님과 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친구의 별세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그리운 나의 친우 엄진하 선생!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아프지 말고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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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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