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는 항상 새롭다.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작품, 그리고 새로운 시선과 철학을 가지고 삶을 해석하는 힘. 우리가 기대하는 신춘문예 당선자와 당선작에 대한 기대다. 그러나 그 기대가 충족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또 그 가운데 각종 디지털 매체의 영상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가치의 '새로움'이란 더욱 어렵다.
202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희곡·시나리오 응모작들을 총괄해 느낀 점은 인물이 상황 속에서 생생하게 존재하지 않고, 다소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상황 설정 역시 그랬다. 동시에 희곡으로서 두 가지 특성, 문학성과 연극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작품을 만나기 어려웠다. 그럴 경우 희곡은 연극의 원천적 텍스트라는 특성에 주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몇 편의 작품이 보인 성과는 심사위원의 기준을 일정 부분 충족시켰다. 희곡으로서는 최율하의 '길동무', 김물의 '허기', 그리고 시나리오로는 송현우의 '치킨'이다. 이들 세 작품은 모두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설득력있는 인물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로서 갖추어야 할 삶에 대한 나름의 비전을 담고 있다.
'길동무'는 연극적 공간 활용과 인물 설정이 돋보였으며, '거짓말'이라는 극적 아이러니도 새로웠다. 그러나 명확한 갈등 구조의 부재와 애매모호한 결말부 등이 아쉬웠다. '허기'는 감각적 긴장감으로 장면을 연출해낸 솜씨가 훌륭했다. 무대를 잘 아는 작가의 능력으로 인해 결말부로 갈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되었다. 그러나 살인에 대한 동기가 미약하고, 지나치게 디테일한 지문 등이 희곡이 갖는바 중층적 의미망의 가능성을 제약시켰다. '치킨'의 경우, 달걀을 품어 병아리로 부화해 키우는 좌충우돌의 과정이 흥미롭게 설정되어 있다. 동화적 순수함과 동시에 현대사회의 반자연적인 일상에 대한 생각거리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느슨하고 평범한 극적 전개가 몰입감을 감소시켰다.
그리하여 심사위원은 작가로서 기본적인 역량, 그리고 연극 텍스트로서 새로운 힘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김물의 '허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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