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서지현 전 검사가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1일 서 전 검사가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소멸시효의 가산점, 권리남용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서 전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시절 자신을 강제추행하고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보복 인사를 했다며 2018년 11월 소송을 냈다.
아울러 공무원이었던 안 전 검사장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법령을 위반한 만큼 국가에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를 함께 청구했다. 금액은 총 1억원이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서 전 검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서 전 검사가 강제추행에 따른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모두 인지한 지 3년 넘게 지나 소송을 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인사 불이익에 대해서는 "검사 인사에는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되고 다양한 기준이 반영되는데, 피고(안 전 검사장)가 인사 당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한 청구도 기각됐다.
서 전 검사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항소심 판결이 타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안 전 검사장 관련 의혹은 서 전 검사가 2018년 1월 성추행 피해를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사회 각계의 미투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서 전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검찰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려 조사한 끝에 서 전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안 전 검사장을 기소했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이 의혹이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으나 고소 기간이 지나 입건하지 못했다.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1·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의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해 무죄 취지로 판결을 파기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이 내린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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