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또다시 입법 관문을 넘지 못했다. 정부의 실거주 의무 폐지 방침을 믿고 집을 산 4만7천여가구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국회 국토위는 21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법안 처리를 보류했다.
이날 소위에서 여야는 실거주 의무를 두되, 입주 직후가 아니라 보유 기간 내에만 의무를 다하면 되도록 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발의안을 중심으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논의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밀리는 탓에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불합리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법이 처리되도록 논의를 서둘러달라고 당부했다.
애초 야당은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지속적인 협의를 거치며 여야 간 이견이 다소 좁혀진 상태였다.
김정재 의원 안은 처음에는 전세를 주더라도 차후 불연속적으로 실거주 기간을 채우면 되도록 했다. 실거주 의무 기간이 2년이라면 1년씩 거주해 합쳐서 2년을 채우면 되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토위원 사이에선 입주 직후에는 거주하지 않아도 되지만, 실거주 기간은 연속해서 채우는 것으로 절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이날 법안 처리는 보류됐다.
국토위 관계자는 "민주당은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되 폐지는 반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당내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위는 소위를 한 차례 더 열어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한다는 계획이지만, 통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입주 시점에서 2∼5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규정으로 전세를 낀 채 집을 사는 '갭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2021년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부는 올해 1월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593가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천32가구) 등 전국 72개 단지, 4만7천595가구다. 이 중 3분의 1가량이 내년에 입주를 앞두고 있다.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를 믿고 움직인 수분양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실거주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현재 사는 집의 전세 계약을 연장했거나, 자녀 학교, 직장 문제로 이사가 어려운 이들이 적잖아서다. 자금이 부족해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 했던 이들도 돈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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