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에 낙서를 한 10대들이 범행 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의 모텔촌으로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택시비로 낼 돈이 없어 목적지에 도착한 뒤 또래에게 급히 돈을 빌려 택시비를 지불하고는 모텔촌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들이 소위 '가출팸'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10대 낙서범 임모군(17)과 김모양(16)은 지난 16일 오전 3시 5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6번 출구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는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오전 3시 55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의 모텔이 밀집한 한 골목에 도착했다. 이들을 내려준 택시 기사는 "10대 남녀가 모텔과 호텔이 빼곡한 골목에 내려 의아했다"며 "택시비가 없어 급하게 돈을 빌리면서 하차가 늦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도착 직후 택시비 5만2천원을 낼 돈이 없어 남성인 또래에게 전화해 "도착했으니 5만원을 입금해달라"고 말하고는 5분 뒤 돈을 받아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이들이 내린 매산동은 수원시의 비행 청소년과 가출 청소년들이 자주 집결하는 유흥가다. 하차 지점에서 반경 300m 내 모텔만 50여개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1시 52분 경복궁 영추문 등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낙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를 받는다. 임군은 경찰 조사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신원 미상의 A씨에게 낙서를 하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 임군은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경비가 삼엄한 탓에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A씨는 "내가 불법 사이트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당신을 속이겠냐"며 임군을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22일 기각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가출팸에 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출팸은 가출한 청소년끼리 거주지를 마련하고 함께 숙식을 하는 단체를 뜻한다. 임군과 김양이 하차한 곳이 모텔촌이었다는 점과 택시비로 낼 돈조차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가출한 뒤 인근 숙박업소에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군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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