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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문화계, 한 해 돌아보니…"회복 더딘 공연계, 바람 잘 날 없는 대구미술관"

[2023 대구 문화계 결산] 3분기 대구 공연 티켓 예매 수 전년동기비 하락
종교화합자문위, 종교편향 논란 이어 폐지 결정
대구미술관장직 두고 법적 공방…특정감사도

대구시립교향악단. 매일신문 DB
대구시립교향악단. 매일신문 DB

올해 대구 문화예술계는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공연 분야는 엔데믹 이후에도 타 시·도에 비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 나왔고, 예술·종교 간 소통을 기치로 출범했던 종교화합자문위원회는 2년도 채 되지 않아 논란 속에 폐지됐다. 기관장 임용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가 법적공방으로 이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회복 더딘 공연계

엔데믹 이후 전국 공연계가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대구는 여전히 어려움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3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대구의 전체 공연 티켓 예매 수와 티켓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 4.2%와 17%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대구에서 열린 클래식 공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8%나 감소했다.

2020년부터는 뮤지컬 관객 수와 티켓 판매 금액도 부산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식에서는 부산이 뒤를 바짝 쫓고 있고, 뮤지컬은 이미 잡아먹힌 형국이다. 장르별로는 특히 연극과 대중음악 분야에서 감소세가 가팔랐다.

또한 올해 대구 문화계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 폐지였다. 자문위는 2021년 12월 시립예술단의 종교중립 의무를 강조하고 예술·종교계 간 화합 및 발전 방안의 하나로 설치됐다.

폐지의 발단은 지난 5월 열린 수성아트피아의 재개관 기념음악회다. 음악회에 앞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프로그램에 넣는 것을 두고, 자문위에서 한 위원이 '해당 곡이 종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반대 의견을 내면서 시립예술단 공연이 무산됐다.

이에 지역 예술계를 중심으로 자문위의 종교편향 판정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결국 대구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전 검열에 해당돼 위헌이라고 판단해 지난 4월 자문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산하 대구시립예술단 예술감독을 공개모집으로 선발한 것도 이슈를 몰고 왔다.

대구시는 지난 2월 시립예술단 산하 단체의 예술감독 공개모집에 나서 성석배(시립극단), 한상일(시립국악단), 최문석(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선발했다.

또한 시립합창단과 시향은 후보자 실연 평가까지 거친 끝에 김인재(시립합창단), 백진현(대구시향) 예술감독이 최종 합격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예술감독 공개 모집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공모 방식에 대해 지원자들의 부담이 크고 공정성을 담보하기도 힘들다는 의견과, 100% 공정한 방식은 있을 수 없으며 실력으로 이 같은 뒷말을 잠재우면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지난 2월부터 석달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대현대미술 특별전
지난 2월부터 석달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대현대미술 특별전 '웰컴 홈 : 개화(開花)'는 12만여 명의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매일신문 DB

◆미술관장직 둘러싼 소송

올해는 유독 대구시립미술관(이하 대구미술관)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랐다. 최은주 전 관장이 3월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은 서둘러 차기 관장 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문예진흥원이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의 임용 내정을 취소하면서, 안 전 관장이 문예진흥원을 상대로 임용 내정 취소를 무효로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결과 법원이 문예진흥원의 손을 들어줬고, 안 전 관장이 항소함에 따라 법적 공방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구미술관 소장품 일부가 위작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며 대구시가 대구미술관 운영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감사 결과 소장품 중 3점이 위작으로 판정 받았고, 이후 소장품 수집 절차가 강화됐다.

한편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열린 대구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웰컴 홈: 개화'에는 12만여 명이 넘게 다녀가, 팬데믹 이후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회원 2천500여 명을 둔 대구미술협회는 '회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1월 고(故) 김정기 전 회장의 별세 이후 3월 이사회 선거를 통해 노인식 회장이 선출됐으나, 대구미협 정상화추진위가 이에 불복하며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법원의 판단에 따라 현재 대구미협은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며, 이사회 결의 무효 본안 소송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 3월 열린 정호승문학관 개관식. 매일신문 DB
지난 3월 열린 정호승문학관 개관식. 매일신문 DB

◆문화공간 개관 잇따라

지역 문화공간들이 새단장해 재개관하거나, 새롭게 문을 열기도 했다.

수성아트피아는 올해 개관 15년을 맞아 공연장, 전시장 등 건물 전반을 리모델링한 뒤 5월 재개관했다. 봉산문화회관도 가온홀, 스페이스라온의 노후한 시스템과 시설을 교체한 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았으며, 달서아트센터도 2018년 전면 리모델링 이후 5년 만에 대대적으로 공연장과 전시장 새 단장을 마무리했다.

대구시립중앙도서관은 내외부 리모델링 이후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재개관했다.

대구를 거쳐간 문인들의 정신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공간들도 생겼다. 지난 3월에는 수성구에 정호승문학관이, 11월에는 중구에 이육사기념관이 들어섰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12번째로 대구시청자미디어센터가 개관했다. 시민 누구나 미디어 관련 교육을 받고 콘텐츠 제작을 지원 받을 수 있어, 지역의 미디어문화 거점센터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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