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천만 명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수도에서 일어난 신군부의 반란 과정을 그렸다. 등장인물을 비롯해 일부 가공이 있지만,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영화는 박진감 넘친다. 반란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 간 일촉즉발의 9시간. 긴장과 분노의 연속이다.
관객 반응은 뜨겁다. 12·12 군사반란은 중장년에겐 '과거'이나, 청년에겐 '역사'다. 그런데도 관객의 다수는 20·30대다. 스펙터클 액션, 달콤쌉싸름 멜로도 아닌데 청년들을 빨아들였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영화 속 인물이 실제로 누구인지 알리는 게시물들이 줄줄이 올랐다. 반란군에 맞선 참군인을 추앙하는 열풍도 이어졌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서울의 봄'이 정쟁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호재를 만난 듯 영화를 우려먹기 바쁘다. 이재명 대표 등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관람 후기를 올렸다. 특히 안민석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0%대가 무너지고 20%대로 추락할 것"이란 글을 올렸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물론 영화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는 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영화를 국민 분열과 당리당략의 도구로 악용하면 안 된다. 민주당은 '전두환=윤석열, 신군(軍)부=신검(檢)부'란 프레임으로 공세를 펴고 있다. 견강부회(牽強附會), 자가당착(自家撞着)의 극치다. 하나회를 척결하고, 반란 세력을 처단한 것은 YS(김영삼) 정부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12·12 때 반란군과 싸우다 죽은 고 김오랑 중령의 명예 회복을 주도했다.
극우 세력은 '서울의 봄'을 '좌빨(죄익 빨갱이) 영화'라고 선동한다. 무지하고 위험한 주장이다. 상당수 보수 진영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운 작품'으로 평가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 간부들과 함께 '서울의 봄'을 관람하기도 했다. 12·12 반란은 역사적 평가와 사법 단죄가 이뤄진 사실(史實)이다. 보수·진보라고 해서 달리 볼 문제가 아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전두광은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니냐"고 소리쳤다. '성공한 쿠데타'도 반드시 처벌받는다.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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