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방관 진입창 확보, 전시 태세에 준하는 경각심 필수

'소방관 진입창' 설치 의무화 법규가 정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2019년 건축법 개정에 따른 것인데 4년의 시간이 무색하다. 화재 발생 시 소방관의 건물 내부 진입이 수월하도록 강제된 것이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교훈이다. 당시 소방관들의 진입이 늦어져 29명이 숨지는 대참사로 남았다. 현실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진입창 설치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상 건물은 대구에만 3천600곳에 이른다. 보완의 여지가 커 보인다.

진입창 설치에 복잡한 시설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진입창이라는 걸 창문에 표시하고 물품을 적치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대구 일부 구·군이 신축 건물 준공 승인 과정에서 진입창 미설치를 간과했다고 한다. 설계도면에 진입창이 표시되지 않았는데 허가가 난 것이다. 방재 경각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해하기 힘든 행정으로 볼 수 있다.

방재 선진국 일본은 소방관 진입창 확보를 생명줄로 여긴다. 모든 건물 층층마다 진입창을 알리는 붉은 표식이 선명하다. 소방관의 진화 위험도를 낮추면서 구조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장치다. 화마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특히 대구는 대형 화재의 피해를 적잖이 입은 이력이 있다. 2005년 연말 대구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서문시장 2지구 상가 화재는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사례다. 당시 상인들이 적재해 둔 물품 탓에 비상 통로 확보가 어려웠다는 소방 당국의 지적도 있었던 터다.

전쟁에서 갖춰야 할 무기 없이 적진에 뛰어들면 백전백패다. 화재 등 재난에는 전시 상황에 준하는 대비가 있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방재에 타협이 있어선 안 된다고 끊임없이 지적하는 까닭이다. 스프링클러 등 초동 진화 시설 점검에 소홀해서도 안 되지만 진입창을 제대로 갖추는 것도 방재의 기본이다. 화마는 인정사정 감안해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게 아니다. 대피 훈련 등 안전 조치 확보도 화마에 대적할 최적의 조건이다. 전시에 준하는 방재 태세 확립에 합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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