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한동훈 vs 이재명 '프레임 싸움 시작됐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운동권 특권세력인 86세대 청산 내세워'
◆이재명 대표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정권 심판론을 통한 승리 전략'
◆국민의힘 대 민주당, 프레임 전쟁 시작…국민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이창환 디지털논설위원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라고 한다. 나의 프레임에 상대를 가두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상대는 내가 쳐 놓은 덫(프레임)에서 허덕이다가 제풀에 쓰러진다.

2024년 4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이 먹힐 공산이 크다. 윤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더 높은 탓이다. 게다가 '김건희 특별법'을 통해 불거진 김건희 여사 리스크도 야당에 유리한 프레임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장 선거를 치르면 100석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자조적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악조건에서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 프레임에 맞설 강력한 야당 심판론 프레임이 등장했다.

야당 심판론을 제기한 이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취임사를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86세대를 겨냥한 '야당 심판론'을 공격적이고 전투적으로 던졌다. 의도는 분명하다.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86세대 심판론'을 내세워 선거 프레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결국 '운동권 특권세력'이 주도하는 민주당을 심판하자는 한 위원장의 '야당 심판론'과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파고들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이 맞붙게 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락의 변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비대위원장 '38세대 심판론'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취임사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운동권 세력의 특권 청산을 맨 앞에 내세웠다. 법무부 장관 시절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을 더 강하게, 더 예리하게 반박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그가 가장 잘하는 스타일을 비대위원장의 제일성으로 선보였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과 '운동권'을 각 5회, 7회 언급했다.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를 겨냥해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중대범죄로 형사재판을 받는 초현실적인 민주당"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의 주류인 운동권 86세대를 특권세력이라고 겨냥했다. "당을 숙주 삼아 수십 년간 386, 486, 586, 686이 되도록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가르치려 든다"고 거칠게 공격했다.

불출마를 선언하며 논란의 싹을 잘라버린 그는 '야당 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60%대라는 점을 고려해 의례적이나마 반성이나 성찰을 언급할 것이란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 위원장이 현재로선 여론의 호응이 별로 없는 야당 심판론을 내세운 이유는 뭘까?

우선, 한 위원장이 잘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가 뛰어난 언변의 소유자라는 건 모두가 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의 공격을 반박할 때는 거칠고 공격적이었다. 잊고 지냈던 과거의 먼 민낯까지 소환해 화력을 쏟아부었다. 보수층은 열광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건방진 놈', '어린놈'이라고 공격하자, 한 위원장은 '2000년 광주 새천년NHK 노래방'을 거론하며 되받아쳤다. 송 전 대표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모양새다.

앞으로 여야 간 펼쳐질 말의 전쟁에서 최고의 고수인 한 위원장을 앞세워 이재명 대표와 86세대의 도덕적 위선과 허위를 공격하겠다는 의도다. 한 위원장이 취임식 다음 날인 지난 27일도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는지 묻고 싶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싸잡아 비판했다. 한 위원장의 민주당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를 통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한다는 계산이다.

둘째, 한 위원장이 '73년생'에다 '92학번'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대교체의 선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태생)와 10년가량 차이가 난다. 민주당에서는 70년대 태생과 90년대 학번은 86세대의 기세에 눌러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한 위원장은 끼리끼리 카르텔이 확고한 86세대를 벗어난 90년대 학번으로의 차별화가 뚜렷하다. 생물학적으로 차별화된 나이와 학번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보수라면 올드하고, 촌스럽고, 낡고, 극우적인 데다 태극기 부대 등을 연상하지만 한 위원장은 젊은 데다 세련되고, 댄디(멋쟁이)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86세대에는 놀라운 공격력을 보이지만 일반 국민을 만나서는 합리적이고 따듯한 면모를 보였다. 보수층에 '한동훈 신드롬'을 일으킨 배경이다. 젊은 비대위원장으로서 세대교체의 선봉에 서서 자연스레 '민주당=올드, 구태, 꼰대'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셋째, 내년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86세대' 싸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는 내년 총선이 '윤석열 대 이재명' 싸움에서 미래를 두고 '차기 지도자'간 벌이는 싸움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 싸움은 국민의힘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실제 한 위원장과 이 대표 간 차기 대통령 적합도와 호감도 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이 대표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지난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총 1천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여권 한동훈과 야권 이재명 중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5%가 한 위원장을, 41%가 이 대표를 지목했다.

또 '한 전 장관과 이 대표 중 누구에게 더 호감이 가느냐'는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7%가 한 위원장을 선택했고, 42%가 이 대표라고 답했다.(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이 대표를 앞서는 결과가 이어질 경우 여론의 향배는 정권 심판론보다 두 사람 간의 경쟁에 더 관심을 보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86세대 '정권 심판론'

한 위원장이 제기한 야당 심판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눈앞에 워낙 큰 이슈가 있어서다. 바로 '김건희 특별법'이다. 김건희 특별법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을 벌이면 벌일수록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모두 삼킬 수 있다. 국민의힘에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고, 민주당에는 그야말로 꽃놀이패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내년 총선을 윤석열 정부 심판론으로 치르겠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김건희 특별법까지 더해져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국민 70%가량이 김건희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고, 국민 60%가량이 윤석열 정부에 부정적인 여론까지 등에 업었다. 선거 공학상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특히 민주당은 특별법이 대통령 거부권으로 좌절되더라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격을 총선의 주요 이슈로 다룰 방침이다. '기-승-전-김건희'로 이어지는 윤 정부에 대한 공격을 한층 매섭게 몰고 가겠다는 것이다.

선거에는 팩트보다 인식이 더 무섭다. 김건희 여사가 대단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뭔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하는 게 문제다. 이런 인식이 더 강해지면 한 위원장의 야당 심판론도 찻잔의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 따라서 김건희 여사 관련해 특별감찰관 임명 및 제2부속실 신설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한 위원장의 야당 심판론이 제 힘을 발휘할 공간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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