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행이론]<3> 1980년과 2024년 ‘여야의 동상이봄’

44년 세월 흘렀는데, 전두환·노태우를 윤석열·한동훈에 빗대
산업화→민주화→X-세대(40대~50대 초반)→MZ세대(2030)
내년 총선에 X-세대 바람 불까? 선두주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사에는 제법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우연 같은 필연의
역사에는 제법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우연 같은 필연의 '아틀라스 클라우드'.
올해 최고의 흥행영화
올해 최고의 흥행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지난 일요일 천만 돌파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 명배우들의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때문에 팝콘 먹을 시간도 없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잘 봤다. 영화관을 나오니, 그 때의 봄과 44년의 세월이 흘러 내년 봄은 어떤 의미일지, 평행이론에 입각해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이승만 건국대통령도 18년 독재를 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이 영화에서 보듯 군사반란에 성공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의 친구 노태우 전 대통령도 우리가 안고 가야할 역사이다.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YS(김영삼)와 DJ(김대중) 그리고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그리고 윤석열 현 대통령이 있는 것이다.

현 정부를 검찰독재로 몰아세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MBC 화면 캡처
현 정부를 검찰독재로 몰아세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MBC 화면 캡처

◆2024 총선에 대한 '동상이봄'(同牀異春)

국회 1당(다수당)이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생각하는 2024년 봄은 영화에 나오는 봄과 거의 일치한 듯 하다. 영화에서 이루지 못한 그 봄(민주화)이 와야 한다. 44년 전에는 군사독재를 끝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윤석열 검찰독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시간을 끌어와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2.12 군사반란일에 맞춰,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반란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참된 군인들의 영령 앞에서 역사의 퇴행을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명대사) '전두광'(영화 속 전두환 역)을 윤석열 대통령인 듯 여기는 분위기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요즘 정치계 핫스타(샛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을 영화 속 '노태건'(노태우 전 대통령)으로 바라보며, 전두광에 이은 노태우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다소 휘황한 상상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44년 전 민주화의 열망이 강했던 그 시대 사고에 갇힌 것일까? 이런 우려마저 든다.

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민주당이 영화를 이용해 군부 독재 이미지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덮어씌우려 한다. 하나회를 척결한 것도 국민의힘의 뿌리인 문민정부"라며 "문화콘텐츠를 이용한 민주당의 정치공세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비판했다.

영화
영화 '서울의 봄'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선전선동하지 말라고 경고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 제공

◆내년 4월 총선 "대한민국의 봄이 오길"

역사는 역사, 영화는 영화다. 현실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의 번영과 더 나은 미래다. 국민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당시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실존인물은 장태완)이 반란군(대장 전두광)을 진압했다면, 이 나라의 역사가 또 어떻게 변했을까 상상도 해보지만 그 역시 희망고문이자 가정일 뿐이다. 안타까움은 가슴에 품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야가 생각하는 4월 총선의 봄(희망)은 원내 제1당이 되는 것이다. 어떤 봄이 될 것인지는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러자면 퇴행하는 정치를 막고,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영화를 갖고, 입맛대로 해석해 선전·선동에 이용하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97세대(X-세대)의 선두주자로 나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97세대(X-세대)의 선두주자로 나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전두광(황정민)과 이태신(정우성) 논란은 무의미하다. 그저 '정말 연기 끝내주는 배우'라는 칭찬으로 갈음하면 된다. 천만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의 흥행영화로 등극한 것을 더 없이 축하해줄 일이다. 굳이 애써 전두광을 윤석열로, 노태건을 한동훈으로 연결시키려 할 필요가 없다.

이제 총선(4.10)까지 고작 100일 남짓 남았다. 여야는 혁신 경쟁을 해야 할 때다. 때 마침, 세대교체의 바람도 불고 있다. 86운동권과 97 X-세대. 신선한 총선 화두(이슈) 중 하나라 여겨진다. 운동권 세대가 우리 사회 주축으로 필요한 때도 있었지만, 산업화(국제시장) 부모세대와 운동권(민주화) 삼촌세대 그리고 현 MZ세대(2030) 사이에서 정치편향을 벗어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97세대가 전면에 나설 때도 됐다. 그렇게 시대는 이 나라 주축 세대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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