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제4의 벽

박신양·김동훈 지음/ 민음사 펴냄

영화 '편지', '약속'과 드라마 '파리의 연인', '쩐의 전쟁' 등 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온 박신양 배우가 화가로 변신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

데뷔 28년 차인 베테랑 배우인 그가 2021년 국립안동대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석사과정에 진학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사실 10여 년간 혼자 그림을 그려왔고, 2009년부터는 '박신양FUN장학회'를 시작해 예비 예술가들을 응원해왔다는 것.

이처럼 예술에 진심인 박신양과, 예술에서 철학적 가치를 읽어내는 인문학자 김동훈이 함께 그림에 대한 얘기를 담아 책으로 펴냈다. 박신양이 10여 년간 그려온 그림 중 131점도 수록됐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제4의 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상상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책의 제목인 '제4의 벽'은 연극에서 무대와 관객석을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말한다. 벽이라는 실재가 현실에는 없고 상상 속에만 있는데도 배우와 관객 모두가 마치 현실에 있는 것처럼 여기는 벽이다.

박신양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제4의 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넘나들 때 또 다른 창조성이 나온다고 여긴다. 김동훈 인문학자는 "박 작가에게 제4의 벽은 '실재의 벽'이다. 상상과 현실의 내용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도록 실재의 벽을 이동시킨다. 마치 이분화된 세상이 아닌, 다차원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고 말한다.

책 속에는 스크린 속 캐릭터로 인식되는 연예인의 운명과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인간적인 본능 사이에서 결국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박신양의 진솔한 고백이 담겼다. 그의 예술 철학에서부터 예술 일반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까지 다양한 얘기가 펼쳐진다.

그는 화가의 자세 또한 배우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의 진심에 가닿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기에 몰두했듯이, 그렇게 같은 바람으로 그림을 그린다. 사람들의 눈에 닿고 영혼에 가닿길 바라면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연결되길 바라면서." 380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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