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민지(MZ)] 나만의 멋진 그림 작품을 만들어볼까?…그림 편집숍 ‘미확인’

기탁·나무13 일러스트레이터의 포스터·엽서 가득
그림 품평회·타자기 이용…공간 곳곳 체험·놀거리
일러스트 속 음료 ‘멜론 소다’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

미확인에서는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와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에서는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와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기에는 자고로 가족, 친구, 연인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법.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들과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 가는 코스는 너무 식상하다. 새해를 앞두고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장소에 가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대구 봉산동에 위치한 그림 편집숍 미확인은 어떨까. 이곳에서는 대구경북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린 작품을 볼 수도,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도, 타자기를 이용해 편지를 써볼 수도 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 대구경북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만나보세요!

미확인의 마스코트 두근이. 구연일 대표는 두근이 이마에 하트 모양을 보고 두근이라고 이름 지었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의 마스코트 두근이. 구연일 대표는 두근이 이마에 하트 모양을 보고 두근이라고 이름 지었다. 홍수현 기자

'딸랑' 가게 문에 달린 방울 소리에 브리타니 스파니엘이 반갑다고 꼬리를 친다. 이름은 두근이. 이마에 하트 모양이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한참동안 두근이를 쓰다듬다 고개를 들어보니 멋진 포스터와 엽서들이 시선을 끈다.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대부분 일본풍이다. 일본 작가가 그렸나 싶지만, 대구경북 작가들 작품 비율이 90% 이상이다.

구연일 미확인 대표는 기탁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고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은 기탁 작가의 일러스트. 홍수현 기자
구연일 미확인 대표는 기탁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고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진은 기탁 작가의 일러스트. 홍수현 기자

구연일(27) 대표는 "일본 작가가 그린 작품은 없다. 제가 기탁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좋아해 포스터와 엽서를 많이 가져다 뒀다. 기탁 작가는 대구 사람이지만 일본, 시티팝 스타일의 그림을 그린다. 미확인 역시 시티팝 스타일 인테리어를 추구하다 보니 간혹 착각하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확인에서는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와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에서는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와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이곳에 있는 다양한 포스터와 엽서들은 각각 100장이 넘는다. 모두 구 대표 취향의 그림들이다. 그는 "포스터와 엽서는 모두 제 취향이 반영된다. 이 공간에 잘 녹아들고 개성 강한 일러스트를 찾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작가님께 연락해 가게에 입점할 생각이 있는지 여쭙는다"며 "그림들은 모두 선매입한다. 예술가들도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 일할 때 더 즐겁지 않겠느냐"고 했다.

미확인에서는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와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에서는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와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구 대표는 기탁 작가뿐만 아니라 나무13 작가의 포스터와 엽서도 매장 내 많이 구비해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명의 대구분인 나무13 작가의 작품도 많다. 그의 일러스트를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곳은 1호점 심플책방과 미확인이 전국 유일하다. 새해에는 나무13 작가와 협업해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엽서, 포스터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아직 작가님과 의논하지 않았다. 혼자만의 계획"이라고 했다.

◆ 그림 품평회·타자기…공간 곳곳 즐길 거리 가득

미확인의
미확인의 '그림 품평회' 공간. 손님들은 이곳에서 그림을 그린 뒤 직원에게 전달하면 완성도에 따라 제품 혹은 음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에 오셨다면 멋진 그림 솜씨를 뽐내보세요. 직원 마음에 쏙 든다면 포스터, 엽서, 음료 구매 시 할인해 드린답니다."

그림 편집숍 미확인에 왔는데 '그림 품평회'를 빼먹으면 섭섭하다. 그림 품평회는 말 그대로 그림을 평가받는 것인데 참여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 우선, 카운터 뒤편 공간에 배치된 고서 위에 그림을 그린다. 어떤 그림이든 상관없다. 자유롭게 본인의 개성을 드러내면 된다. 그리고 완성작을 직원에게 전달하면 끝이다. 직원의 평가에 따라 포스터, 엽서, 음료의 할인 폭은 달라진다. 최소 100원에서부터 최대 1천원까지 말이다.

구 대표는 "품평에 대한 기준은 없다. 그림에서 공들인 티가 나고, 누가 봐도 잘 그렸다 하는 그림이 있으면 최대 할인을 해준다. 어떤 손님들은 1천원짜리 엽서를 구매하는데, 그림 품평회에서 1천원 할인을 받아 물물교환한 적도 종종 있었다. 또 작품들은 잘 모아뒀다가 매장 곳곳 인테리어로 전시된다"고 했다.

미확인의 타자기 이용 공간. 손님들은 타자기를 사용해 본인, 가족, 친구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의 타자기 이용 공간. 손님들은 타자기를 사용해 본인, 가족, 친구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의 즐길 거리는 그림 품평회가 다가 아니다. 이곳에는 눈길 닿는 곳마다 놀거리가 즐비하다. 그림 품평회 맞은편 타자기 이용 공간도 그중 하나다. 손님들은 타자기를 사용해 소중한 자기 자신, 가족, 친구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타자기는 1980년대~1990년대 산업 시대에 쓰던 전동 타자기다. 그래서 오타가 나도 쉽게 지울 수 있다.

미확인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 촬영을 할 수 있다. 손님들은 직원에게 카메라를 받은 뒤 공간 내부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 촬영을 할 수 있다. 손님들은 직원에게 카메라를 받은 뒤 공간 내부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홍수현 기자

이외에도 폴라로이드 카메라 촬영이 있다. 손님들은 직원에게 카메라를 받은 뒤 공간 내부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물론 두근이와 멋진 셀카를 찍는 것도 가능하다. 벽면에 부착된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가수 빈지노의 노래를 청음 할 수 있다.

미확인에 온 손님들은 벽면에 부착된 CD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사진은 구연일 대표가 가수 빈지노의 노래를 듣고 있는 모습. 홍수현 기자
미확인에 온 손님들은 벽면에 부착된 CD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사진은 구연일 대표가 가수 빈지노의 노래를 듣고 있는 모습. 홍수현 기자

구 대표는 내부 곳곳 놀거리를 만든 데 대해 "그림 편집숍이지만 복합문화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가게 상호 미확인은 '미지의 새로움을 확인시켜 주겠다'라는 뜻도 있다. 손님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림 품평회, 타자기를 이용한 편지 쓰기 등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새해를 앞두고 손님들을 위한 새로운 즐길 거리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는 엘피 청음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본 1970~1980년대 음악과 한국 1980~1990년대 가수들 엘피를 구비해놓을 예정이다. 꼭 그게 아니어도 윤상, 백예린 등 시티팝 음악 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수의 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림 속 음료를 현실로 구현

미확인에서 판매 중인 멜론 소다. 구연일 대표는 나무13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멜론 소다를 만들게 됐다. 미확인 제공
미확인에서 판매 중인 멜론 소다. 구연일 대표는 나무13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멜론 소다를 만들게 됐다. 미확인 제공

미확인에는 조금 특별한 메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멜론 소다(5천500원). 멜론 맛 탄산음료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가는 이 메뉴는 지극히 평범한 음료처럼 보인다. 그러나 구 대표가 멜론 소다를 만들게 된 사연이 독특하다. 구 대표는 나무13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나무13 작가의 작품 중에는 여성이 멜론 소다를 들고 싱긋 웃는 일러스트가 있다. 그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오 청량한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곧장 현실로 만들게 됐다. 그림에 영감을 받아 실제로 만든 것이다"며 "현재 멜론 소다는 판매량 부동의 1위였던 아이스 아메리카노(3천800원)를 물리치고 미확인의 대표 메뉴가 됐다"고 말했다.

대중적이기보다 개성적인 메뉴를 만들고 싶다는 구 대표의 마음으로부터 탄생한 음료들도 있다. 커피 맛 술에 우유, 아이스크림을 넣은 깔루아밀크(6천원). 초콜릿 맛 술에 우유, 아이스크림을 넣은 베일리스밀크(6천원)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칵테일 메뉴라 진입장벽이 다소 높았지만, 지금은 봉산동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미확인에서 판매 중인 깔루아밀크. 커피맛 술이 들어간 칵테일이다. 미확인 제공
미확인에서 판매 중인 깔루아밀크. 커피맛 술이 들어간 칵테일이다. 미확인 제공

구 대표는 "포스터, 엽서만 팔아서는 금전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음료 메뉴를 추가해야 했는데, 처음부터 대중적인 커피를 메뉴에 넣고 싶지 않았다. 칵테일이 음료계의 2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길로 곧장 학원에 등록했고,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칵테일을 하나하나 배합해 가며 취향에 맞는 메뉴를 만들었다"며 "깔루아밀크와 베일리스밀크에는 아이스크림이 들어가 알코올 향이 덜 난다. 그래서인지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료가 됐다"고 했다.

미확인의 오렌지서가. 가게 내부 한 부분을 오렌지 빛깔의 소품, 책, 엽서들로 인테리어 해놨다. 홍수현 기자
미확인의 오렌지서가. 가게 내부 한 부분을 오렌지 빛깔의 소품, 책, 엽서들로 인테리어 해놨다. 홍수현 기자

구 대표는 미확인이 '시티팝'하면 떠오르는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했다. 그는 "저는 대구가 예술의 도시이고, 시티팝과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게 곳곳 시티팝을 떠올릴 수 있는 포스터, 엽서를 배치했다. 소품과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며 "대전하면 성심당, 제주도하면 감귤이 생각나지 않나. 대구하면 시티팝, 시티팝하면 미확인이 생각나는 그런 공간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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