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마약 오염(汚染)국

박상전 논설위원
박상전 논설위원

마약 투약 의혹을 받던 유명 배우가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혐의의 사실 여부를 떠나 커리어 정점을 찍던 한 명의 '스타'가 비극적 종말을 맞이한 것이다. 관련 소식은 실시간으로 지구촌 곳곳에 퍼졌다.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영화 '기생충'에 쏠렸던 눈들이 국내 마약 현실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마약 문제는 최근 들어 심각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투약자들이 급증 추세인데, 특히 젊은 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대로라면 마약 사범은 물론이고 관련 범죄도 크게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마약사범은 매월 2천500명씩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매월 676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젊은 층 증가세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10, 20대 마약류 사범은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2.6배 증가해 전 연령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올해는 10, 20대 마약 사범이 전체의 33%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약은 폐쇄된 군대에서도 성행했다. 국군 장병 가운데 마약 범죄로 입건된 인원은 2020년 9명, 2021년 20명, 2022년 33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다. 폭증하고 있는 마약 사범 때문에 내년도 마약 관련 범죄는 올해보다 13%나 증가할 것이란 게 경찰청의 빅데이터 분석이다. 이쯤 되면 마약 오염국 수준이다.

유명 배우가 떠난 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부터 경찰청과 검찰청,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항을 통합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여성가족부, 전국 교육청과 손잡고 청소년 대상 마약 예방 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실효성을 강화해서 이번 기회에 뿌리 뽑을 각오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소멸 시대에 접어들었고 개인 생산성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더 이상 국민의 건전한 심신을 마약이 위협하게 둬선 안 될 일이다. 마약 근절은 이제, 개인의 생명은 물론 국가경쟁력까지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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