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칸 앞잘 아흐메드의 인도는 지금] 인도인 사로잡은 '한국 의료기술'

'한류 열풍' 흰색 피부·작은 코 추구…성형수술 환경 열악 자국민 해외로
한국, 우수한 기술·값싼 가격 갖춰…인도 내 의료시설 관련 투자 사업 시 유의미한 성과 기대

장재복 주인도 한국 대사가 뉴델리 한국-인도 우정의 50주년 행사에서 인도 춤을 추고 있다.
장재복 주인도 한국 대사가 뉴델리 한국-인도 우정의 50주년 행사에서 인도 춤을 추고 있다.

2024년 새해가 밝아왔다. 2023년 한국과 인도는 수교 50주년을 맞아 광범위하게 교류하면서, 양국 간의 관계는 대폭 증진되었다. 지난해가 양국에 '특별 전략 동반자'로 협력과 교류의 해였다면 밝아오는 2024년은 강력한 우호관계를 중심으로 모든 약속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인도는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으로, 옛 지배자인 영국을 추월하여 세계 5위의 경제국으로 올라섰고, 전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생산지로 등극하여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또한, 인도 바라나시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명상 센터를 건립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전국에서 5G 네트워크를 설치하였으며, 탐사선을 달 남극으로 보내는 등 선도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모디 총리는 "2023년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주춧돌의 해"였다며 "새로운 인도"라는 비전을 세워 선진국이 되게 만들고자 하는 결연한 포부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2023년,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기록과 함께 독특한 문화적 현상을 보여주었다. 하나의 예로서 문화재청의 보도에 따르면, 2023년 4대 궁·종묘·왕릉의 관람객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한국인들이 예전보다 전통의 중요성을 더 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인들도 붉은 성, 다양한 궁전, 타지마할 묘, 사원 같은 유적지들을 많이 찾아간다. 세계 어디나 그렇겠지만 한국과 인도, 두 나라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이라거나, 전통을 담은 유적지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이다. 한국과 인도는 똑같이 동양 국가에 속한 나라이다. 그러나 인도의 붉은 성과 서울의 경복궁 사이에 외관상의 차이처럼 두 나라의 많은 전통 건축물의 건축양식은 이질적이다.

한류의 영향을 받은 인도 여배우 잔비 카푸르의 한국식 미용 모습.
"새로운 인도"의 비전을 세워 선진국이 되게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인도 모디 총리.

◆피부색이 흰색일수록 인기가 많아

건축 양식의 이질성만큼이나 두 나라 사람의 얼굴에도 차이가 크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인도인 필자로서는 인도인이 동양인이면서도 동양인 일반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코와 눈이 큰 인도인과 달리 필자가 접한 동양인들, 즉 한국, 일본, 중국 사람들은 작은 눈, 작은 코, 굴곡이 없는 뼈대의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동양 특유의 윤곽이 주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있음에도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왠지 큰 눈, 높은 코, 굴곡 있는 윤곽을 미의 기준으로 삼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사실상 이러한 기준은 별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인도인의 미의 기준은 무엇일까? 우선, 인도인은 피부색이 흰색일수록 인기가 많으며, 이목구비의 비율을 중시한다. 요즘 인도에서도 성형수술이 유행해서 인도 영화계인 발리우드 영화배우 중에서 성형수술을 한 배우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인도에서 유행 중인 한류의 영향으로 일반인,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적인 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녀들은 태어날 때부터 커다란 코와 둥근 눈을 갖고 있지만, 최근에는 적지 않은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통해 코를 작게 하고 눈 모양을 덜 동그랗고 더 길게 만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여성들이 성형수술을 통해서 가능한 한 눈을 크게 하고 코를 높이려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시바신이 못생긴 자신을 자신의 발로 밟으며 춤을 추는 형상.
한류의 영향을 받은 인도 여배우 잔비 카푸르의 한국식 미용 모습.

특히 인도인들은 피부색에 대한 심각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인도에서 "검은 피부는 운명이 어둡다"와 "검은 피부의 성자를 조심하라" 같은 속된 말도 있다. 상위층에 속한 사람들조차도 하얀 피부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하위층 사람이라도 흰 피부를 갖고 있다면 사회에서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인도 신화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과 숭배를 받아온 크리슈나 신마저도 피부색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는 하얀 피부색의 소유자이자 자신의 애인인 라다를 늘 부러워하며, 자신과 그녀의 얼굴에 여러 색의 물감을 뿌려 두 사람 얼굴을 똑같아 보이게 물들였다. 이는 얼굴에 물감을 부리는 '홀리' 축제의 기원이며, 오늘날까지 인도인이 가장 좋아하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인도의 삼위 신 중에 시바라는 신이 있다. 그는 못생긴 자신의 모습을 발로 밟으며 춤을 추는 형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본래 모습이 못생겨도 행동을 통해서 미를 표출하여 대리만족하려는, 소위 외모 콤플렉스가 신에게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라비앙성형외과 정재영 원장이 인도에 의학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시바신이 못생긴 자신을 자신의 발로 밟으며 춤을 추는 형상.

◆인구수에 비해 의료시설 부족

이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려는 현상은 인도의 모디 총리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디 총리는 인도 역대 총리들보다 훨씬 외모에 훨씬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많이 알려졌다. 그는 얼굴에 대한 관리뿐만 아니라 입는 옷도 화려하다. 2014년 인도 총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피부색이 어두웠다. 그러던 것이 총리 되고 난 후, 그가 먹은 값비싼 대만산 버섯인 불로초속(Ganoderma) 때문에 흰 피부를 갖게 되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인도의 신들, 영화배우들, 국가 지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외모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성형수술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인도는 미용 그리고 성형 분야에서 상당히 열악한 의료기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인도는 인구에 비례해 환자도 많다. 그러나 많은 환자 수에도 의료시설이나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인도의 의료상황은 많은 인도인이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고 해외로 향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의료관광을 위해 선진국을 찾고 있다. 이들은 해외여행과 함께 의료 서비스도 누리면서 의료관광 사업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의료관광의 가치를 알게 된 모디 총리는 "새로운 인도"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의료관광 분야에서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내의 의료 수준이나 병원의 운영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는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의료관광은 해외에도 널리 알려질 만큼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료관광 사업은 2007년부터 정부, 관광협회와 병원 간의 협약을 통해 시작되었으며, 2009년부터 병원들이 직접 정식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합법적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

칸 앞잘 아흐메드
서울 강남의 라비앙성형외과 정재영 원장이 인도에 의학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의료관광 활성화 필요

한국의 의료기술은 국제적으로 미국과 견줄 만큼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유력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의료관광을 하는데 가장 많이 찾는 부문은 종합내과, 성형외과, 피부과 순이다. 건강, 미용, 그리고 성형에 대한 인도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한국의 의료기술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서울의료관광에 따르면 코로나 전까지 서울에 의료관광을 하러 온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태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베트남으로, 인도는 주목할 만한 순위에 들지 못했다. 인도는 빈부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가난한 사람만큼이나 부유한 사람도 많다. 특히 경제력이 있는 인도인의 구매력은 선진국 부자 못지않다. 이에 한국이 의료관광과 더불어 인도 내 의료시설, 기술에 관련 관련된 투자 사업을 적극적으로 실행한다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대구는 고대에 한방 약재료의 중심지였고, 현재는 매년 5월이 되면 한방의 전통과 문화를 기리기 위한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축제'가 열린다. 한방은 대구 경북 지역의 강점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인도의 전통 의학, 특히 "아유베다"와 관련된 기관들과 교류한다면 양국 간에서 더 많은 유의미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칸 앞잘 아흐메드

칸 앞잘 아흐메드(영남대 박정희새마을연구원 연구교수 khanafzal@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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