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대한민국 수출 전진기지인 구미, 그중에서도 '영남의 뿌리'라고 자부하는 구미을 선거구가 요동치고 있다. 3일 현재 4·10 총선에 대구경북(TK) 25개 선거구 중 최다인 9명의 여야 주자가 출사표를 던졌다. TK신공항 건설로 제2의 도약을 꿈꾸는 구미을에 다양한 경력의 주자들이 뛰기 시작했다.〈가나다순〉
◆ '9인 9색' 출마의 변 들어보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출신으로 '대통령의 복심'을 강조하는 강명구 예비후보는 "구미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각오다. 그러면서 "20년 이상 정당, 국회, 대통령실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정치인이 아니라 바닥에서 훈련받고 연습된 정치인이기 때문에 반드시 구미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봉교 예비후보는 3선 경북도의원 및 부의장 경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은 지방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총선 후 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하지만 작금의 구미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이 위기에서 구미를 구해야 할 사람은 본인이 적임자다"고 강조했다. 또 구미를 가장 잘 알고 민심을 제일 잘 파악하는 '현장 후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선에 도전하는 김영식 국회의원은 "구미에서 30년 동안 금오공대 총장과 교수로서 한 길만 걸어왔다. 30년간의 지역활동으로 구미의 상황이나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구미의 경제상황과 구미시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하고, 그 사람이 저라고 생각한다"며 "체감할 수 있는 성과와 구미발전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시와 경북도에서 공직생활을 한 신순식 예비후보는 "풍부한 행정 경험과 주민 소통 능력 그리고 항상 지역 현장을 지켜왔던 게 제 강점이다"고 했다. 그는 군위부군수로 재직할 당시 대구경북신공항을 유치한 경험과 관련해 "구미가 신공항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만 42세로 최연소인 최우영 예비후보는 '40대 기수론'을 띄우며 참신함을 강조한다. 그는 경북도 경제특보 경력을 바탕으로 "쇠락하는 구미 경제의 르네상스를 이룰, 후보군 중 유일한 경제통"이라고 강조한다. 또 "40.6세인 구미 평균 연령 눈높이에 걸맞은 40대 정치 신인을 발탁해 TK와 대한민국 중진 국회의원으로 육성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율사 출신인 최진녕 변호사는 "구미에 법원도, 제대로 된 로펌도 없는 것을 알고 고향에 법무법인을 개설하면서 쇠퇴해 가는 구미의 냉혹한 경제현실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출마 요청이 있어 출마를 결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주 초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을 역임한 허성우 예비후보는 "정치를 천직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대통령실에서 나갈 때 기관장 자리에 갈 수 있었지만, 제가 쌓은 정치적 경력을 사장시킬 순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정치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부한다. 배수진을 쳤다"며 각오를 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현권 예비후보와 구미시장 출신의 장세용 예비후보가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김 예비후보는 "대구, 경북이 향후 30년, 50년을 먹고 살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장 예비후보는 "보수정치가 대구경북 사회에 확산시킨 강자숭배, 약자혐오, 욕망정치, 분열정치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주요 주자들의 강·약점은
강명구 예비후보는 나머지 여당 예비후보 5명 중 3명으로부터 '최대 경쟁자'로 꼽힐 만큼 지역에서 주목도가 높다. 비운동권 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당 내 86그룹 및 97세대 운동권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전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되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같은 대통령실 출신으로 허성우 예비후보가 존재한다는 점과 출마 선언이 다소 늦었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강 예비후보는 "끝까지 대통령을 보좌해 비서관 임무를 완수하고 온 저에 대해 시민들께서 명확하게 판단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며 "현수막 한 번 붙이고 명함 한 번 돌릴 때에 저는 대통령실에서 구미시, 경북도와 협력해 구미 현안을 해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의원은 지난달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정보고회를 성료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전·후반기 모두 활동하며 당내에서 과학기술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도 김 의원의 강점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되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현안들이 많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렸으며, 그러는 와중에 충분히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적을 인지한 후부터는 누구를 만나던 더 자세히 듣고, 의견을 듣고 생각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최우영 예비후보는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14년을 지낸 후 이철우 경북도지사 경제특보를 역임하며 중앙과 광역행정 모두를 다뤄본 강점이 있다. 또 지역에서 초·중·고를 모두 졸업한 연고도 있다. 다만 정치 신인인 탓에 지역 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약점도 있다.
이와 관련, 최 예비후보는 "오히려 출마 경력이 없는, 경제통 출신의 참신한 40대 정치 신인이 제 무기"라며 "중앙과 광역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 보유한 유일한 후보"라고 했다.
허성우 예비후보는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드러내고 표밭을 다져온 데다 모교인 오상중·고와 고향인 장천면의 지지세가 뚜렷한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 근무 기간이 약 2개월에 그쳤다는 점을 두고 다른 예비후보들의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허 예비후보는 "대통령을 짧게 모시고 길게 모시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위해 2년가량을 함께 한 점에서 저는 당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같은 구미 고아읍 출신으로 '지역 일꾼'을 강조하는 김봉교·신순식 예비후보는 지역 밀착에 최대 강점을 보인다. 다만 김 후보는 오랜 정당 활동으로 지역민에게 신섬감을 주지 못하고 있고, 첫 출마인 신 후보는 조직력에 상대적 열세를 드러낸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최진녕 변호사는 각종 방송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가졌다고 자신하고 있고 중앙 정치권의 인적 네트워크도 탄탄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예비후보 등록이 늦어지는 탓에 남은 기간 조직력과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상당하다.
◆여야 공천 경쟁 치열
현역 포함 7명의 주자가 나온 국민의힘에선 김영식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 여부와 경선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을 포함해 경선을 치를 경우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김 의원이 유리하다는 데 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김 의원이 컷오프되는 것을 전제로는 도전자들 간 양자 경선부터 5자 경선까지 다양한 경선 구도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다자 대결이 될 경우 같은 대통령실 출신인 강명구·허성우 예비후보가 경선에 함께 오를 경우 표심 분산에 따라 다른 경력의 예비후보가 신승을 거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할 경선 가산점 제도의 수혜자를 두고도 각종 분석이 난무한다. 예컨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최우영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과 청년 가산점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민주당에선 김현권·장세용 예비후보가 맞붙는 건곤일척의 공천 경쟁도 관심사다. 두 사람이 TK 민주당 최중량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민주당 중앙당에서도 구미을 선거전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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