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 희망을 이야기하고 더 나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넸다.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고, 물가와 대출금 상환을 걱정하지 않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 국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정치권이 신년사로 내세운 '공정'과 '부패 척결' 혹은 '정의'와 같은 추상명사에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 것이 국민들이 터득한 신년사 해독법이다. 그러나 신년 덕담을 건네면서도 우리는 아직 새해 희망이 실현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 오르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약속과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사가 달콤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편의 거짓과 위선에는 무한대로 관대한 '내로남불'의 시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사실 뿌리를 따진다면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과 '사람이 먼저다'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역시 국민이 아닌 권력 주변에 포진한 그들끼리의 세상을 만들어 부패와 특혜의 먹이사슬을 형성해 왔다는 것을 안다. '사람'이라는 말로 유혹한 그들은 시스템을 망쳤다.
대선을 통해 그들의 세상을 끝내고자 했지만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서 답답했다. 180석에 이르는 절대 의석을 가진 야당은 아예 '민생'을 입에 담지도 않는다. 민주노총 등 거대 노조의 목소리를 대변한 '노란봉투법'과 '양곡법' '간호법'에 이어 방송 3법 등을 국민적 공감대와 여야 합의 과정 없이 단독 강행 처리했다.
이들 법안들은 핵심 쟁점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것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더 큰 사달이 일어날 법안들이었다. 야당이 일방 통과시킨 법안 중에서 민생과 결부된 법안은 단 하나도 없다. 야당의 정치 공세는 일주일에 세 번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과 재판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은 새 시대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의 김기현 전 대표를 사퇴시키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일신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용이자 방탄용으로 총선을 활용하고 있는 한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공당이 특정인의 사당화가 된 상황을 제대로 혁파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바보는 없다.
더 이상 나쁜 놈들(?)이 국회에서 당당하게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을 보고 싶지 않다면 국민들이 관전자가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한다. 유권자는 박수 치는 구경꾼이 아니라 직접 투표하는 심판자다. 공포가 행동을 주저하게 한다.
선거는 게임에서 이기면 아이템을 독점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 이기지 못하면 삶이 망가지는 엄중한 현실이다. 직접 참여해서 그들을 응징하지 않으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불쌍한 관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자나 각종 범죄자들이 후보로 나서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총선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뽑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좋은 놈보다 나쁜 놈들이 다시 득세하는 세상은 막아야 할 것 아닌가.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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