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甲辰年)는 청룡의 해이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아홉 가지 동물의 형상을 띤다. 머리는 낙타, 귀는 소, 주먹은 호랑이를 닮았다.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와 비슷하다. 이런 까닭에 용의 조화 능력은 무진장이다. 물과 관계가 깊어 수신(水神)으로 섬겨졌다. 용은 '호국의 신'이기도 하다. 신라 문무왕은 죽은 뒤 용이 돼 왜구를 막겠다며, 동해에 묻어 달라고 했다.
용문점액(龍門點額). 고대 중국 지리서인 '수경주'(水經注)에 나오는 구절이다. '용문에 이마를 부딪힌다'란 뜻이다. 용문은 황하 상류에 물살 거센 폭포가 있는 곳. 잉어가 이 폭포를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잉어는 죽을 힘을 다하나, 폭포를 오르지 못한다. 절벽에 이마를 찧을 뿐이다. 잉어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남는다. 용문점액은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를 빗댄다. 옛날엔 '과거 낙방'을 비유하기도 했다. 반대말은 등용문(登龍門). 입신양명의 관문인 용문에 올랐다는 의미다.
'용문점액'이 올해 경제 키워드로 꼽혔다. 우리나라 경제가 도약과 중장기 저성장의 기로에 섰음을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연말 국내 전문가 9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경제 키워드와 기업 환경 전망'을 조사한 결과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새해 경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용문점액'과 함께 '기로' '살얼음' '변곡점' 등을 선택했다. '고진감래'(고생 끝에 낙이 온다), '운파월래'(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나오다)처럼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Lost in Fog'(안개 속에서 길을 잃다) 등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의견 역시 제기됐다. 2024년 경기 추세와 관련, 전문가의 절반이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 경제 전망은 불투명하다.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의 종식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대만, 인도, 유럽연합(EU) 등 50개 지역에서 선거를 치른다. 선거 이슈는 경제가 될 것이다. 다이앤 코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주요 국가 선거 이후 세계 경제를 이렇게 전망했다. "우리가 익숙한 세상과는 매우 다른 지형이 될 것이다." 포퓰리즘 속에 자국 보호주의가 극심할 수 있다는 경고다. 올해가 용문점액이 아닌 등용문의 해가 되길, 용왕님께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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