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갈림길에 선 우리 경제, 수출 강국 위상 찾는 신년 돼야

지난달 우리나라는 109억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한 반면 미국에는 113억달러 상당을 팔아 치웠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대미 수출 규모가 중국을 제친 것이다. 중국 위주의 동북아 무역 구도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점에서 평가할 만한 일이다. 지난달은 또 반도체 수출이 호황을 이루면서 7개월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주력 제품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내년 수출 전망도 밝다. 주요 수출품이 업사이클에 진입했고 하반기 성장세가 갑자기 고꾸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방 리스크를 우려하는 시각은 없지 않다. 지난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제외하면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2023년 2.9%에서 2024년 2.7%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판테온 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한국 수출은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약한 회복세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이 주요 근거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지정학적 긴장이 '코리아 리스크'를 가중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가치 사슬을 높이면서 자국 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어 우리에겐 위협이다. 특히 중국의 핵심 분야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제조인데, 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수출 주도 정책 개발에 전념할 뜻을 밝혔다. 미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두기 시작하면서 이제 막 전통적 동북아 수출 구조를 벗어나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마당에 수출 호조세가 또다시 시들해져선 안 될 일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가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기 좋은 시기다. 다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도 있듯이 수출 정책에 있어선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 수출로 쌓은 재화로 '부국'을 이루고, 제조업 활성화 등으로 내수를 살리는 '안민'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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