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글로벌 선거 시즌이다. 한국과 미국, 대만 등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총선·대선 등의 선거가 열린다. 선거 결과에 따라 세계정세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영환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과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한자리에 모여 대담을 나눴다. 진행은 권오국 씨가 맡았다.
-올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 정세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김영환=가장 중요한 게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다. 하지만 당장 며칠 후에 있는 대만 대선 결과에 따라 동북아 정세가 많이 변할 수 있어 주시해야 한다. 근대 중국은 '백년치옥'을 벗어나는 데서 나왔다. 아편전쟁부터 일제 패망까지를 백년치욕이라 한다. 그 치욕의 상징이 홍콩과 대만이다. 중국인에게 두 곳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단순 영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국이 대만을 포기할 가능성은 0%다. 공산당이 망하고 다른 정권이 와도 포기하지 않는다. 대만이 독립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현 상태가 지속되면 독립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 대만 총통 임기는 2028년까지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 후보가 승리하면 2030년 안에 중국이 전쟁이나 전쟁에 준하는 행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어마어마한 폭풍을 가져올 것이다.
▶김영수=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중국의 문제는 체제를 이끄는 이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그냥 허울뿐이다. 신유가로 공산당 일당 지배를 보충 설명하려고 하지만, 낡았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자기를 설명할 이념이 없다는 건 국가 정체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종의 정신적 공백이다. G2국가가 정신적 블랙홀에 빠진 건 심각하다. 중국은 고대 문명 중 유일하게 남은 국가다. 2천년이 넘는 문화적 축적을 자랑한다. 그런데 1989년 공산권 붕괴 이후 중국을 설명할 이념이 없다는 것은 중국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중국의 사상적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대만이나 홍콩을 침공할 수 있다. 그런데 두 곳은 자유, 인권, 법치가 있어서 예민하다. 당장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과거 덩샤오핑, 마오쩌둥도 대만 원칙을 고수했지만, 당장 해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지금은 조급하다. 중국인들은 전략적으로 신중한 사람들이라 군대를 동원하지 않겠지만 우려스럽다.
▶김영환=근본적으로 다른 문명을 보여주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든지 아니면 자유, 인권, 법치를 다 받든지 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상황에선 퇴행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특히 최근 퇴행적인 모습이 집중적으로 나타나 더 오래 되면 중국뿐만 아니라 주변 나라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김영수=시진핑은 연임제한을 없애고 종신 집권하려 한다. 치명적이다. 자유가 없는 상태에서 고도의 문명을 만들 수 없다. 기술과 과학만으로 한계가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 시진핑 시대에 덩샤오핑 시대보다 자유의 여지를 막아 더 빈약한 상태로 가는 거 아니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군사 동맹이 강화되는 게 중국에는 현실적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한국은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
▶김영수=중국과 관계는 주권의 문제다. 중국이 우리에게 무릎을 꿇으라 한다. 우리에겐 명료한 입장이 필요하다. 국가의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민주당의 2018년 헌법 개정안에서 '자유'라는 말을 빼고 민주주의만 남기려 했다.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에서도 '자유'를 뺐다. 자유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군대에서도 주적 개념을 없앴다. 우리가 어떤 국가이고 어떻게 국가를 끌고 갈 건지 명료하게 해야 한다. 중국도 우리를 대할 때 분명한 입장이 있으면 그렇게 못한다. 그렇지 않으니 때리는 거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혼밥 굴욕을 주는 거다. 선진국인 우리나라가 어떻게 그런 냉대를 받으며 갈 수 있느냐.
▶김영환=민주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민주당이 중국 라인으로 들어가서 중국과 함께 미래를 도모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몇 명은 있겠지만 주류에서 그렇게 생각은 안 한다. 한미일로 가는 것에 거부감은 있는 것 같다. 한미동맹을 부인하지 않지만 거기에 일본을 넣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민주당은 단순히 선거에서 덕을 보기 위해 반일 선동을 하는 건지 아니면 전략적으로 이념적으로 반대하는 건지 분명히 해야 한다.
▶김영수=역사문제가 걸려있지만 아시아에서 자유, 인권, 법치를 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밖에 없다. 동아시아에서 같이 할 일이 있는 나라다. 일본이 수준이 낮은 역사인식에 머무르지만 그래서 일본과 교류하지 않고 죽창가 부르는 건 심각하다.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어떠나. 한미일 삼각동맹 된다 안 된다 명확하게 국민 심판을 받는 거다.
▶김영환=우크라이나 외교, 안보가 취약해진 중요한 이유는 선거 결과에 따라 친러했다가 반러했다가 하면서다. 우리도 선거로 반일로 갔다가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건 문제다. 또 중국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가 적대적 갈등으로 전투에 준하는 식의 이념 갈등을 겪고 있다. 국가 공동체가 합의한 헌법을 존중한 가운데서 패권을 겨뤄야 하는데 그마저도 흔들린다. 올해 4월 총선 어떻게 보나
▶김영수=1987년 민주화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타협한 보수적 민주화였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 때 이걸 다 깼다. 1000명을 수사하고 200명 구속했다. 5명은 자살했다. 적폐 청산이라면서 혁명위원회처럼 (보수의) 뿌리를 뽑아야 된다 생각했던 거다. 선거로 당선됐지만 적폐 청산은 혁명이었다. 당시 보수는 나라가 망한다고 봤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적폐 청산 수사를 지휘하지 않았나. 그만큼 보수진영에서 절박했다. 이제 윤 대통령은 국가 방향을 돌려 한미동맹과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진보 입장에선) 혁명이 다 됐는데 마지막 순간에 막혔다. 이제는 총 동원령을 내려 이재명 대표를 받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다. 이 대표는 민주화 운동한 사람도 아니고 국민의 상식을 벗어났다. 올해 총선은 대한민국 체제 선택에 준하는 중대선거다. 총선에서 지면 윤 대통령은 레임덕이 온다. 윤 대통령 개혁 과제는 수행하지 못할 거다. 국가의 좌표는 바꾸었지만 지금도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지 않느냐.
▶김영환=보수든 진보든 성공한 정권이 없었다. (진보가) 선동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할 때 (보수는) 거기에 대처를 못했다. 웰빙정당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나. 정치적 선동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해 국민들에게 매력을 주는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설득, 반대 토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
▶김영수=한국 정당은 이념 정당이 아니라 선거 정당이다. 선거 머신인 셈이다. 유럽 정당처럼 정체성에 맞는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대통령도 갑자기 되니, 당선 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정당과 대통령 두 개의 엔진이 한국 사회에 비해 수준이 낮다. 최선진국으로 가려면 정당과 대통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싸우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나
▶김영수=지금 586 정치가들의 폐해를 보면 그게 맞다. 그러나 길게 나라를 이끄는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사람이라면 한마디라도 화합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의도 정치도 존중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국회를 귀찮고 시끄러운 존재로 봤다. 하지만 국회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좋은 대통령은 없었다.
▶김영환=국민의힘에선 이래저래 해도 지지율이 안 오르고 올해 총선 결과가 참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니 참신한 인물 내세운 것 같다. (한동훈 위원장은) 말도 세련되게 하고 참신한 인물이라는 장점도 많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미지다. 또 대통령을 비판하는 중도 세력이 대통령이 너무 검사식으로 통치한다고 생각하는데 검사 중에서도 초엘리트 검사가 비대위를 이끌면 그런 생각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김영수=길게 보면, 지금 쓰면 안 되는 최후의 카드였다. 한동훈 위원장은 총선에서 지면 엄청난 상처를 받을 거다. 현실정치에선 지금 맷집에 하기 힘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 의사에 반하는 일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표적인 게 김건희 특검이다. 특검법 자체는 총선용이고, 내용도 말이 안 된다. 문제는 찬성 여론이 70%이고, 대통령 거부권 반대도 70%라는 사실이다. 국민이 다음 총선을 '정권 심판'으로 본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선 프레임은 여기에 갇힐 거다. 그러면 총선에서 진다. 특검에서 독소조항 빼고 총선 뒤에 하기로 하고, 당은 국민의 의사를 받들어 운영하니 대통령은 개입하지 말라고 하면 성공할 거다. 이게 정치다. 한동훈과 보수,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 윤 대통령도 냉정하고 대국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북한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김영환=김정일은 국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웬만한 건 총리에 맡겼다. 반면 김정은은 내정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김정일 시대는 지시만 하지 공장에서 생산하는지 체크도 안 했다. 적당히 허위로 보고하고 뇌물을 받은 거다. 하지만 김정은은 하나라도 걸리면 잔혹하게 처벌을 하고 본인이 특별감찰반을 보내기도 한다. 대단히 부패했지만 예전에 비해 부정부패가 줄었고 건설이나 경공업 생산에서 과거와 비교할 바 없이 나아졌다. 고강도 제제가 지속되면서 북한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북한 주민의 이반이 심해지고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영수=우리가 핵을 가지는 건 어떻겠느냐
▶김영환=미국이나 유럽을 다니면서 이야기 해봤는데, 핵을 개발하면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다. 국민들은 부정적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찬성과 반대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미국도 제재에 참여할 거다. 중국은 가장 강한 제제를 가할 것이다.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갈 능력이 있을지 부정적이다.
▶김영수=한국이 핵무기를 가지면 우리나라도 중간에서 균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영환=미국은 설득이 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세계를 설득할 수 있겠나. 미국도 지금 곤란한 게 이란이 핵을 가지면 사우디아리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도 우리도 가지겠다며 봇물이 터질 것이다.
▶김영수=핵무기를 가지지 못하면 국민들이 패배 의식을 가지게 될까 우려스럽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