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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가까운 미래, 시대의 주인은?

정우태 경제부 기자
정우태 경제부 기자

120여 년 전 미국에 한 사업가가 있었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그는 마차가 거리를 장악한 시대에 대중에게 자동차를 선보였다. 자동차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레이싱 경기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지만 당시 반응은 차가웠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 장벽으로 작용했다. 오랜 기간 공들인 제품이 외면받자 좌절감과 무기력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세계 최초의 대중 보급형 자동차 '모델T'의 출시는 자동차를 넘어 제조업을 바꾼 혁신이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CEO로 꼽히는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이야기다.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뉴욕 거리는 약 10년 만에 내연기관 자동차로 붐비는 도시로 변모했다. 포드는 자서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사업을 하며 깨달은 점은 '돈 문제'에만 온통 관심이 집중돼 있고, 제품의 '기여'(가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포드의 이야기는 반복되고 있다. 반도체, 무선통신, 전기차,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 관심을 두는 이들은 드물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신기술은 이전에 없던 신산업을 만들었고 포드와 같은 '시대의 주인'이 탄생했다.

현시점에서 미래를 바꿀 기술을 하나 꼽으라면 '로봇'을 빼놓을 수 없다. 대구시는 로봇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일찍이 기반 조성에 나섰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유치했으나 예비타당성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평가위원들은 예산 규모보다 국내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지난해 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이번 글로벌혁신특구 선정 시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당장 경제성이 낮다는 점이 또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미 로봇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중심에 있다.

특히 인간과 한 공간에서 동시에 작업이 가능한 '협동로봇'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협동로봇을 도입해 제조 혁신에 나서고 있다. 포드가 확립한 대량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다품종·소량생산에 맞는 유연한 생산 라인이 확대되는 추세다.

유럽, 북미 등 노동력이 부족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협동로봇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우리 제조업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로봇의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작업 공정에 맞춤형 협동로봇을 도입해 스마트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비스로봇'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음식점에서 서빙로봇을 마주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호텔 룸서비스를 이용하면 로봇이 물품을 전달한다. 의료기관에 투입되는 로봇은 병실 관리와 재고 추적 및 주문, 약품 및 침구 운송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가정용 서비스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은 로봇 패권을 두고 뚜렷한 경쟁 구도를 보인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의 추격도 거세다. 로봇이 보편화되는 가까운 미래, 시대의 주인이 될 기업이 한국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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