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여년만에 무역판도 변화…대미 수출, 대중 수출 앞질렀다

미국 21년만에 한국 무역흑자 1위국으로 올라서, 중국은 최대 적자국
대중 수출 부진 장기화 관측도, 최대 교역국 지위는 중국이 여전히 유지
새해 대구경북 역시 수출 다변화로 활로 모색해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수출이 6천327억달러로 전년보다 7.4%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수입은 6천427억달러로 12.1%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00억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출은 576억6천만달러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12월 무역흑자는 44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수출이 6천327억달러로 전년보다 7.4%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수입은 6천427억달러로 12.1% 줄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00억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출은 576억6천만달러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12월 무역흑자는 44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여년만에 한국 최다 수출국 무역판도가 변화했다. 미국이 중국을 앞지르고 우리나라의 월간 최대 수출국 지위에 올랐다. 이는 전기차 등을 앞세운 대미 수출이 활기를 띤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이 부진을 겪는 등 대중 수출은 위축돼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31년 만에 대중 무역수지가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부터 2년 연속 수출 1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선 대구·경북 역시 무역판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새해 대구·경북은 IT산업과 주요국 첨단산업 투자에 의한 기계 중심 확대는 예상되지만 중국의 이차전지소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 수출통제 움직임 등 대중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추월하면서 '대미 수출 약진, 대중 수출 약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작년 12월 대미 수출액은 113억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미국이 2003년 6월 이후 월간 기준 20여년 만에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회복했다. 반면 대중 수출은 109억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2.9% 감소했다.

연간 단위로도 2023년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19.7%)과 2위인 미국(18.3%)의 수출 비중 차이는 2003년 이후 최소인 1.4%포인트로 좁혀졌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교역에서 전체 대아세안 흑자(312억달러)보다 많은 445억달러의 흑자를 내면서 미국이 작년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됐다.

반면 지난해 중국과 교역에서 한국은 180억달러 적자를 보면서 중국은 오랜 무역수지 흑자국에서 대규모 적자국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연간 기준으로 한국이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낸 것은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를 사 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중국이 사실상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이 된 것이다.

대구·경북의 무역판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기준 대구의 대중 무역수지는 10억 달러 정도 적자로 2022년 (12억 달러 적자)에 이어 무역수지가 악화됐다. 경북은 대중 무역수지 흑자폭이 같은 기간 97억 달러에서 53억 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대미 무역수지는 지난해 대구가 11억 달러, 경북이 53억 달러 흑자를 보이며 대미 수출 훈풍이 이어졌다.

이 같은 무역 흐름 변화는 미중 전략 경쟁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는 공급망 재편, 미국 등 주요국의 자국 중심 통상 정책 등의 환경 변화 속에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대미 수출 호황은 전체 수출액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가 이끌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기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호조로 작년 1∼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87억7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44.2% 급증했다.

또 IRA에 대응해 북미에 진출한 이차전지 업계들이 현지 공장 가동을 본격화해 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수출이 급증했다.

이에 반해 중국의 산업 고도화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향상, 중국 및 글로벌 동반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대중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 비중도 2015년 10.9%에서 2023년 6.3%까지 줄었으며 한국 이차전지 산업이 커지는 와중에 리튬, 전구체 등 핵심 소재를 절대적으로 중국 기업에 의존하면서 한국이 중국에서 대규모로 새로 사 오는 상품이 많아졌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수산화리튬,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전구체 등 주요 이차전지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는 각각 82.3%, 72.1%, 100%, 97.4%에 달했다. 작년 1∼11월 한국이 중국에서 사 온 수산화리튬만 46억달러어치에 달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수입도 늘었다. 작년 1∼11월 수입액은 59억달러로 중국 수입 품목 중 1위다. 배터리와 수산화리튬 두 항목에서만 작년 한국은 100억달러 이상, 한화로는 약 13조원의 무역 적자를 봤다.

대구·경북에서도 2024년 수출 시장에서 IT제품과 기계부문 및 글로벌 IT 수요 개선으로 스마트폰·컴퓨터와 같은 전방산업과 무선통신기기 부품, 반도체 제조용 소재(실리콘웨이퍼) 등 후방산업도 수혜가 기대된다. 특히 지역 주력 수출품으로 부상한 이차전지소재의 경우 해외우려법인(FEOC) 등 미국 IRA의 세부내용이 확정되며 지역 소재 업체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이차전지, 자동차 배터리 핵심소재 등이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중 무역수지에는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무역협회는 "중국 중간재 자급률 상승, 중국 수입시장 내 한국 경쟁력 약화 등으로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고기술, 고부가가치 중간재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수출 품목을 육성해 중국산 중간재와의 기술적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급변하는 무역 지형 속에서 중국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출 다변화를 통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두 나라 경제가 긴밀히 연결된 만큼 중국과의 안정적 경협 관계 관리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중요한 수출 시장임은 변화가 없다"며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대외 여건 변화의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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