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르신들 목욕탕 이용하다 다치면 어쩌나… '보호자 동행 근거 필요' 목소리

지난달 달성군, 경산 목욕탕서 고령 목욕객 의식 잃는 사고 연이어
겨울철 온탕서 정신 잃는 사고 더 잦아… 발견 늦어지면 치명적
'중증 돌봄대상자' 생활지원사 있지만 목욕탕 동행은 업무 범위 밖
업장마다 주의 포스터 붙여 놓고 위험성 알려… "제도적 장치 고민해야"

대구 수성구의 한 목욕탕 입구에 붙여진 안내 포스터. 독자 제공
대구 수성구의 한 목욕탕 입구에 붙여진 안내 포스터. 독자 제공

최근 대구 달성군 한 목욕탕에서는 70대 후반 남성 입욕객이 온탕 안에서 정신을 잃었다가 다른 입욕객들에게 발견돼 119가 출동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겨울철 목욕탕을 찾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면서 탕 내 사고를 막기 위해 목욕탕 이용 시 보호자 동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온탕에서 의식을 잃은 이 70대 남성은 '평소 10분 씩 온탕을 이용했는데, 사고당일은 8분이 지나는 것을 본 직후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19일 경북 경산시 한 목욕탕에서도 80대 남성이 온탕 안에 쓰러졌으나 인근에 있던 의용소방대원이 발견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대구 목욕업계는 알려진 사고가 소수일 뿐, 실제 이와 비슷한 사고는 대구에서만 거의 매월 발생하다시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목욕탕협회 대구시지회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대부분 일을 키우기 싫어하는 탓에 119 신고를 꺼려하고 업장 측에서도 굳이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입욕객이 의식을 잃는 사고는 목욕탕 안팎의 온도차가 큰 겨울철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고령의 입욕객들은 보호자 동반 필요성이 큰 부분이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신모(57) 씨는 "어르신들이 바깥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탕 안에 들어오면 편안함에 계속 앉아 있다가 본인도 모르게 정신을 잃는다. 그대로 탕 안으로 가라앉곤 하는데, 이럴 때 큰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어서 입욕객이 많이 없는 소규모 업장은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목욕탕을 이용하는 노약자에 대한 보호자 지원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가운데 거동이 어려운 '중증 돌봄 대상자'들에게 '생활지원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집안일 등 가사 지원이 주된 업무고 목욕탕 동행은 주요 업무에 포함돼 있지 않아 거절할 수 있다.

업주들은 가게 입구에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보호자 동반하지 않을 경우 입장이 제한된다는 포스터를 붙여놓고 위험성을 자체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사공근 한국목욕업중앙회 대구시지회장은 "멀리서 일부러 버스를 타고 목욕하러 오는 어르신들도 많아 보호자가 없어 위험하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내기도 곤란하다"며 "탕 안에서 정신을 잃는 것 외에도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뎌 다치는 사고가 수시로 발생하지만, 대부분 보험으로 처리돼 조명이 안 되고 있다. 보호자 동반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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