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김건희 리스크 vs 이재명 리스크

◆총선 앞두고 여야 모두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김건희 여사 특별법 리스크…거부권 행사 이후 여론 추이에 관심 집중
◆이재명 대표 반쇄신 리스크…당 변화 거부하면서 쇄신에 나서는 여당과 비교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이른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4·10 총선 리스크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별법 리스크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여권은 김건희 여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에 변함이 없지만 찬성 여론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다. 야권은 피습 사건을 거치면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당 쇄신 요구가 약해지고 있어 선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역대 선거를 보면 쇄신에 나선 정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리스크 '반(反) 쇄신'

당초 이재명 대표에 대해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선거 기간 거대 야당 대표를 사법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이 대표 피습 사건을 겪으면서 재판 일정이 줄줄이 연기됐다. 자연스레 사법 리스크도 줄어드는 형국이다. 관심이 쏠리는 '위증 교사 사건' 첫 재판도 8일에서 22일로 연기됐다. 애초 위증 교사 사건은 사실관계가 단순하고 증거도 뚜렷해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대장동 사건 재판도 연기가 불가피하다.

정치권은 사법 리스크보다 오히려 반(反) 쇄신 리스크를 더 주목한다. 이 대표는 당내 비주류들이 요구하는 대표직 사퇴 및 통합비상대책위 구성을 단칼에 거부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회동에서 당 분열 수습을 주문받았다. 정 전 총리는 '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사자성어도 언급했다. 벼랑 끝에 매달려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는 뜻이다. 이 대표에게 불출마나 그 이상의 희생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음 날인 29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과)를 임명했다. 당 원로의 간곡한 요청을 아예 무시한 셈이다. 더욱이 임 교수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대표를 지원한 정책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세바정 2022)'에 참여한 친명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회동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이 전 대표와 비공개 회동에서도 "대표직 사퇴나 비대위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직접 거부 의사를 밝혔다. 통상 에둘러 표현하면서 탈당을 간곡하게 만류하기보다는 칼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한 정치권 인사는 "당 원로들의 요청을 그 자리에서 묵살하는 행태는 정치권에서 일반적이지 않다"며 "이재명 대표가 총선을 자기가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하면서 쇄신 요구 목소리도 잦아들고 있다. 오히려 당내 장악력이 더 강하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도 탈당 및 창당 일정 조정에 들어갔고, 비명계인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도 지난 3일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최후 통첩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친명계는 이 대표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강하게 내고 있다. 민주당은 3일 비상 의원총회가 끝난 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위축시키는 모든 종류의 폭력과 혐오에 반대한다. 주요 정치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재명 대표의 빠른 회복과 쾌유를 기원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당 지도부는 '대행 체제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방송 인터뷰에서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에 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반쇄신 기류가 강해지고 '이 대표와 86운동권' 중심으로 당이 흘러가면 상대적으로 쇄신에 적극적인 국민의힘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젊은 비대위원들이 중심에 서는 국민의힘과 60대인 이 대표를 86세대가 에워싸는 민주당 간 뚜렷하게 대비된다. 통상 총선에서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선 정당이 승리했다. 민주당이 내심 불안해하는 이유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동물보호재단의 반려견 거주공간에서 주인에게 오랜 기간 학대 당하고 굶주리다 구조돼 보호 중인 강아지들을 쓰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동물보호재단의 반려견 거주공간에서 주인에게 오랜 기간 학대 당하고 굶주리다 구조돼 보호 중인 강아지들을 쓰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리스크 '특별법'

김건희 여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시기가 다가오면서 여당과 대통령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권은 특별법이 국회에서 넘어오는 즉시 거부권을 행사한다. 다만 특별법에 대한 높은 찬성 여론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여러 언론에서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특별법에 대한 찬성이 반대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여권의 계산은 단순하다. 거부권 행사 뒤 국회에서 재표결에서 부결되면 특별법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재표결 부결 후 여당과 정부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정책 등을 통해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은 1월 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간단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대통령실이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특별법 찬성 여론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야당은 빨라야 설 연휴 이후인 2월 임시국회에서 재표결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대대적인 특별법 여론몰이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이 기간 국민의힘도 공천 탈락 또는 탈락 가능성이 높은 의원을 중심으로 반란표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특별법 재표결 이슈가 정국의 중심에 설 경우 여권의 총선 전략도 백약이 무효할 수 있다.

보수층에서도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수 언론들도 거부권 행사에 찬성을 하면서도 총선 후 특검 실시, 대통령의 입장 표명, 김 여사의 활동을 뒷받침할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설과 칼럼을 통해 연일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식이나 형제가 아닌 부인 문제인 탓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은 사례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장인의 좌익 활동이 문제가 됐다.

"제 장인은 좌익 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 됐습니까?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정면 돌파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감성에 호소한 연설은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이렇게 요약된 한 마디로 국면은 뒤집어졌다. 윤 대통령도 수세 국면을 반전시킬 묘책이 필요하다. 노 전 대통령의 사례에서 영감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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