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과 가면 갈 데 없어" 수성구 인문계 고교 학급 60%가 '이과'

수성구 인문계 고교 11곳 118학급 중 62%가 이과반
수능 과탐 응시자 비율도 2020학년도 49.5→ 2024학년도 53.8%
의대 열풍·문과 기피 복합적으로 영향…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제14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대구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제14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전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최근 '의대 열풍'이 강하게 불면서 학력 수준이 높은 대구 수성구 인문계 고등학교들도 10개 학급 중 6개 학급이 이과로 편성하는 등 '이과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은 7일 대구 수성구 내 일반 인문계 고교 14곳 가운데 문·이과 구분이 없거나 아직 편성하지 않은 3곳을 제외한 11곳을 대상으로 2024학년도 2학년 학급 편성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 11개 학교 118학급 가운데 61.9%( 73학급)가 수학과 과학 과목을 더 많이 듣는 '이과반'이었다. 국어와 사회 과목을 더 듣는 '문과반'은 38.1%(45학급)에 그쳤다.

이러한 수성구 내에서도 남자 고교에서 더욱 뚜렷했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전국 수석과 대구 재학생 수석이 동시에 탄생한 경신고의 경우 9개 학급 중 8개 학급이 이과반이고, 문과반은 1개에 불과했다.

대륜고 역시 12개 학급 중 이과반이 9개, 문과반 3개로 이과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과반 대 문과반의 비율은 능인고(8대 4) 오성고(6대 3) 등도 비슷했다.

통상 문과반이 더 많거나 이과반 수와 비슷했던 여자 고교에서도 이과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정화여고의 경우 12개 학급 중 8개가 이과반이고, 문과반은 4개에 그쳤다. 대구여고 역시 11개 학급 중 7개 학급이 이과반이었다.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2년 전까지는 여고에서 문과반과 이과반 수가 같거나 문과반이 약간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비율이 역전됐다"면서 "한 학급의 학생 수도 이과반은 24명이 넘는데, 문과반은 20명을 넘지 못하는 편"이라고 했다.

각 학교들은 문과반을 희망하는 학생 수가 줄어도 억지로 반을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반으로 지나치게 쏠리면 수학·과학 교사와 국어·사회과목 교사 간에 수업 시간 수(시수)의 차이가 과하게 벌어질 수 있는데다, 부족한 수학·과학 교사는 추가 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과 쏠림' 현상은 대구 지역 수능 응시자 비율에서도 드러난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구 전체 수능 응시자(2만4천347명) 가운데 이과생(과학탐구 응시자)은 절반이 넘는 53.8%(1만3천103명)를 차지했다.

이과생 응시자 비율은 2020학년도 49.5%에서 2024학년도 수능에서는 53.8%로 5년 만에 4.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갈수록 높아지는 의대 선호 현상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문과 기피 경향이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의대 열풍은 저출생과 맞물려 있는 현상"이라며 "수년을 투자해서라도 자녀를 노후가 보장되는 고소득 전문직으로 만들고자 부모가 '다걸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의약계열이 아니더라도 첨단산업 발달로 이과 분야에 일자리가 집중되는 것도 이과를 택하게 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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