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화 및 연예계 전반을 돌아보면, 가장 큰 폐혜가 "가진 자의 독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자 독식을 막고자 자본주의도 수정 자본주의(약자를 향한 배려, 복지국가) 형태로 가고 있건만, 어째 대한민국은 천민 자본주의(돈이 최고!)가 극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이로 인해 패자는 갈 곳이 없을 정도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문화예술인들(순수 예술가, 각종 아티스트, 문화산업 종사자 등)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안정적인 피라미드 형으로 문화 분야 종사자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아랫 쪽에서 스타(기업)를 더 빛내게 해주는 이들을 제도적인 차원에서 보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스(터) 트롯' 가수들의 공연 싹쓸이
지난해 대구경북 지역 공연계를 되돌아보면, 전반적인 침체를 겪은 가운데 미스터 트롯에서 인기를 끈 가수들의 공연만은 대성황을 이뤘다. 고도예술기획 김종성 대표는 "'대구의 대학로'라 일컬어지는 '대명공연문화거리'는 더 죽어가고 있으며, 지역 공연계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반면에 "'미스터 트롯'으로 인기를 끈 가수들의 공연은 연일 매진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들의 유명 가수 초청 이벤트나 축제 등도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특정 가수 1명이 전체 예산의 절반을 출연료로 받아가다보니,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그저 차비나 식대 정도의 실비만 받고 무대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지역에서 실력있는 예능인들을 발굴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가고 있다.
실제 미스터 트롯 가수 중 최정상급(특 A급)은 이제 억 단위 출연료를 호가하고 있으며, 이름을 조금 알린 B급 가수들도 1천만원을 훌쩍 넘긴 금액을 받고 무대에 서고 있다. 자연스레 얻은 인기를 강제로 조정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지역 가수들도 지역민들이 아끼고 사랑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줘야 더 클 수가 있다는 의미다.
◆손익분기점 넘긴 영화 단 5편에 불과
'2023년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영화는 약 650편으로, 4대 배급사(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작품이 약 35편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흥행 성적표는 '코로나 시국보다 더 처참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100만을 넘은 영화는 '1947 보스톤'(누적 102만), '비공식작전'(105만), '드림'(112만), '달짝지근해: 7510'(138만), '잠'(147만), '교섭'(172만),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191만), '30일'(216만),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밀수'(514만), '서울의 봄'(1,200만 돌파, 상영중), '범죄도시3'(1,068만)까지 총 12편이다.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서울의 봄'을 비롯해 '잠', '30일', '밀수', '범죄도시3' 등 5편에 불과하다.
'천만 영화'라는 흥행 속에 나머지 작품들은 관객들의 작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혹독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 큰 손해를 보는 경우 주연급 배우보다는 엑스트라와 스태프들의 임금이 체불되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마디로 "없는 놈은 배고프고, 추운 곳에 나가 뒤지세요(죽으라는 속어)."
◆공존의 해법, 일본 뮤지컬 극단 '사계'
우리나라 문화예술계(공연계)도 공존이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대로가면 결국 몇몇의 스타 탄생을 위해 몇 천명, 몇 만명이 좌절해야 할 지 모른다. 이 속에 많은 인긴적 비애와 좌절 그리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일본 뮤지컬 극단 '사계'의 도제식 훈련과 연공서열에 따른 대우 등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10년 전 계명문화대 출신 뮤지컬학과 졸업생 2명이 '사계'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둘은 연봉 4천만원대에 작은 숙소를 제공받았는데, 열심히 하게 되면 10년 후 연봉 1억, 20년 후 연봉 2억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극단 소속 배우 중 스타가 탄생하면, 그에 상응하는 추가 인센티브도 받는다. 이 정도면 막내부터 베테랑까지 큰 불만없이 연기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닐까.
이 나라는 연예강국이자 문화강국이다. 그렇다면 이제 '홀로 대박'(나 혼자 잘 묵고 잘 살면 끝!)에서 '함께 소박'(같이 소소한 대박) 분위기로 바꿔가야 할 때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수정 자본주의다. 문화기획사 역시 스타 중심 경영보다는 모든 식구들을 잘 묵고, 잘 살도록 하는 기본 베이스(구조)부터 다져야 한다. 경제도 그렇지만 문화 역시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애브리씽 or 낫씽'의 적자생존 게임의 판을 아름다운 공존의 세계로 판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문화예술계 종사자 전체가 살고, 우리 미래 세대에게도 따뜻한 문화계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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