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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칼럼] 빅5 병원에 간 이재명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누구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래서 암 등에 걸린 지방의 중증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의료 집중 현상을 비난할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그리고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 등 5개 병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빅5 병원'으로 불린다.

모두 서울 시내 요지에 위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고의 시설과 의료 장비 및 의료진이 유명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이 빅5 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지방 환자들이다. 새벽 기차를 타고 환자들이 서울로 가고 병원 주변에는 월세 '환자촌'이 형성될 정도로 환자들이 몰린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는 2022년 빅5 병원에서 진료받은 지방 환자의 수가 전년도에 비해 42.5%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암과 심혈관 계통 등 중증 질환 환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시설과 최고의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양질의 의료를 받지 못한다면 건강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지방 환자들은 날마다 서울로 간다. 아예 지방의 종합병원에서도 중증 환자들이 오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며 전원 동의서를 써 주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와 같은 빅5 병원에 쏠리는 왜곡된 의료 현실을 반영, 대안으로 지방의 국립대병원을 지역 의료의 필수 의료 중추로 육성한다는 내용의 '필수 의료 혁신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국립대병원 총인건비 규제를 풀어 필수 의료 교수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해 중환자실과 응급실 병상 및 인력을 확보하고 ▷필수의료센터 보상을 강화한다는 방안이다. 더불어 ▷국립대병원 교수의 연구와 진료가 병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후 중증 응급진료 시설과 장비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2월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역의사제 ▷(남원)국립의전원법 통과를 통한 지역사회 의료 체계 활성화를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정부의 국립대병원 활성화를 통한 지방 의료 기반 확충과 이 대표의 지역사회 의료 체계 활성화는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빅5 병원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경증 환자들의 서울 상경과 무작정 상경하는 지방 환자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방에 의사가 없어서 환자가 서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서울로 가면서 지방에서는 역량 있는 의사가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지난 2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했다가 피습당한 이 대표가 닷새째 언론에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이 대표는 국내 최고의 권역외상센터를 갖춘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지 않고 '잘하는 병원에서 치료받겠다'며 '소방 헬기' 이송을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상경, 수술을 받아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를 무시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아주대병원과 더불어 4년 연속 A등급을 받아 외상센터로서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의료기관이다. 응급실만 2개를 운영하고 있고, 응급실과 분리된 공간에 외상센터가 있으며 외상센터에 소속된 외과의사만 16명이나 있다. 외상 환자 수술도 서울대병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한국형 외상센터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엔 복지부가 지정한 권역외상센터 대신 2021년부터 서울시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지 않고 일반 국민처럼 "서울에서 수술받겠다"며 빅5 병원으로 전원한 것을 굳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말로는 의대 정원 확대를 외치면서 정작 공공의료 살릴 대안은 거부하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정치'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밝힌 이 대표 자신의 말(지난해 12월 19일 자 페이스북)이 비수처럼 이 대표 스스로를 찔렀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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