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학부모들은 본격적으로 공부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저학년 때는 예체능 위주의 학원을 보내다가 중학년이 되면 영어 학원을 시작으로 수학 학원, 국어 학원 등 점점 더 입시와 관련 있는 교과목 학원의 개수를 하나씩 늘려간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면 공부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거나 전부가 되기까지 한다.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공부'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을 뜻한다.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 외에도 기술을 배우거나 익힌다는 뜻도 포함된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공부를 학교 공부, 그중에서도 대학 입시와 관련된 학교 내신 혹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에게 아이가 공부를 잘하냐고 묻는 경우의 대부분이 시험 점수나 석차 및 등급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를 갈라놓는 공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공부 때문에 부모와 자식 사이가 점점 멀어지게 된다. 학령기를 거쳐 어른이 된 부모들은 공부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설령 부모님이 학창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간 뒤 안정된 직업을 갖길 바란다.
그런데 아이들의 입장은 부모와 정반대이다. 가정 환경이나 부모님의 경제력에서 비롯되는 학습 격차가 있기도 하고, 누적된 학습 결손이나 너무 빠른 선행 학습으로 인해 학습에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도 공부 필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님 몰래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눈치를 보고 속임수까지 쓴다. 그러한 과정에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서로를 원망하며 다투다 보면 관계가 점점 멀어져만 간다.
"아이들이 배움을 혐오하는 상태로 살아가게 하는 일을 멈추는 일에 조용히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 교장을 맡고 있는 김현수가 쓴 '공부 상처'의 프롤로그에 나온 문장이다. 공부가 아이들 인생의 전체인 것처럼 여기게 되면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낄 수도 있다. 아이들은 공부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다고 공부가 불필요한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공부를 하는 것은 학생으로서의 본문이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성실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기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공부하는 자세가 살아가는 자세라는 걸 아이들이 공부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줘야 한다.
◆올바른 공부 습관을 형성하려면
마음의 문을 여는 문고리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의 문도 아이들 스스로 열어야 한다. 부모가 강제로 열게 되면 문은 부서지거나 아이들 스스로 문을 여는 방법을 모르게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 3단계 방법을 제안한다. 우선, 처음엔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줘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예상해 보게 한다. 2단계는 공부가 하기 싫은 아이의 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공감을 받은 아이는 부모님의 마음도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선 명령이나 통제가 아니라 권유와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인내를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려면 스스로 알을 깨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 뒤, 어미 닭이 밖에서 알을 쪼아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가 안 된 병아리를 어미 닭이 밖에서 열심히 쪼아대면 밖으로 나온 병아리는 거친 세상살이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학부모 또한 아이들을 올바르게 양육하면서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길 응원한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초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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