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동훈 vs 마키아벨리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올해 총선은 '한동훈 정치'와 '마키아벨리 정치'의 대결이라고 본다.

마키아벨리(16세기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이전의 이탈리아 정치는 종교·도덕의 통제를 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죄를 지으면 요행히 현실에서 벌을 면하더라도 결국 지옥에 떨어진다고 믿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행동에는 어느 정도 금기가 있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일단 이겨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길 것을 요청했다. 정치에서 도덕과 종교를 떼어낸 것이다.

마키아벨리 정치는 오직 현세만 생각한다. 현세가 전부인 사람은 승리를 위해 부정한 수단을 꺼리지 않는다. 죄가 들통날 경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벌을 피하면 그만이고, 피할 수 없으면 최대한 미루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세'가 없기에 그들은 오늘 이득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내일의 벌은 안중에 없다.

마키아벨리는 '나라를 지키고 번영하게 하자면 일단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정에서 수단이 목적을 집어삼키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흉기 테러, 한줌 팬덤이 다수의 목소리를 짓밟는 현상,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이재명 대표가 받고 있는 여러 혐의 등이 모두 그런 예다. 급기야 마키아벨리 정치는 한국 사회에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은 한 놈도 없다'는 정치 불신을 낳기에 이르렀다. 승리를 위해 정치인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피폐해진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첫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는 동료 시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기기 위해 모였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전력을 동원하겠지만, 그럼에도 한 발은 반드시 '공공선'에서 떼지 않겠다. '피벗플레이'를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피벗플레이'는 농구 경기에서 한 발을 바닥에 고정한 채 다른 쪽 발은 움직이며 방향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 총선에서 한동훈 정치와 마키아벨리 정치 중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사회의 이성적 행동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행동 기준을 가지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가는 길이 달라질 것이고, 우리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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