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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고위 성직자 "사제 결혼 허용,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시클루나 신앙교리성 차관보 "독신 규정 때문에 좋은 사제 재목 놓쳐"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보인 찰스 시클루나(64) 몰타 대주교[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보인 찰스 시클루나(64) 몰타 대주교[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교황청 내에서 가톨릭 사제들에 대한 결혼 허용 문제가 다시 제기돼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DPA통신에 따르면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보인 찰스 시클루나(64) 몰타 대주교는 '타임스오브몰타'와의 인터뷰에서 가톨릭교회가 사제들의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단적으로 들릴 것"이라면서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나는 사제에게 독신을 요구하는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부가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사제직과 (사랑하는) 여성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떤 사제들은 몰래 감정적인 관계를 이어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톨릭교회도 12세기까지 사제들의 결혼을 허용했으며 동방가톨릭교회는 지금도 사제들 결혼이 가능하다면서 교황청이 이러한 쪽으로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클루나 대주교는 2018년부터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보를 맡아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혐의 조사를 총괄하고 있다. 신앙교리성은 신앙과 윤리·도덕에 대한 교리를 증진·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중요한 부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가톨릭에서 성직자가 혼인하지 않는 풍습은 약 4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 교회법으로 규정됐다. 이에 비해 동방 가톨릭교회나 정교회, 개신교, 성공회 등 다른 기독교 종파의 사제는 결혼해 가정을 꾸릴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사제 독신제를 '주님의 선물'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도 이는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이라며 지역 사정이나 필요에 따라 수정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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