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통합과 혁신의 공천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2대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알다시피 선거는 그간의 공과를 결산하고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시장 원리와 유사하다. 유권자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는 구매력 높은 후보를 선보여야 한다.

아담 스미스(A. Smith)의 명제처럼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 선거에서 이 과정은 후보를 공정하게(公) 추천하는(薦) 절차에서 출발한다. 다만 공천이 시장 원리와 다른 점은 누구에게나 투명하게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천이 투명해야 하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해 준 국민에 대한 책무이다. 유권자가 퇴락한 정치에 호응하며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정치가 양질의 선택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의이자 존재의 근거이다.

그리고 정당 입장에서 투명한 공천은 선거 승리의 방정식이다. 투표와 당선의 함수관계에서 반듯한 공천 이상의 유의미한 변수를 찾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 과정을 생략하고 이전투구의 정치를 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또한 딱히 없다.

비주류의 줄기찬 혁신 요구를 뭉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저명한 석학을 수장으로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웠다. 외부 인사의 명성을 빌려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의구심이 불거진 것이다. 그만큼 민주당 공관위를 둘러싼 환경은 여러모로 척박하다.

첫째, 공관위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얻은 180석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적지 않다. 참고로 이 수치는 민주당이 역대 총선에서 거둔 최대 실적이다. 둘째, 당의 혁신 없이 공천으로 돌입한 복마전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나 개혁적 신당 그룹과의 선명성 경쟁이 무척 버거울 것이다.

셋째, 사실상 출당에 가까운 비주류의 탈당 정국을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당연직 공관위원인 당 사무총장과 수석 사무총장 지역구에서 잠재적 경쟁자들이 예비 검증에서 탈락했다. 나아가 비명계를 거세하려는 친명 자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넷째, 제3지대 빅텐트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이 단일대오로 정당 득표율 20%대에 진입할 경우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국민의당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은 특히 수도권에서 상당한 의석 손실이 예상된다.

이런 형국에서 공관위가 어떤 공천 원칙을 제시해야 하는지 자명해 보인다. 즉 친명 일색의 공천을 막는 것은 물론 제1야당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 탈계파 혁신 공천을 성공시키려면 다음의 유권자 요구에 화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공천을 통해 민주당 내부의 적폐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

단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연루자들을 징계하거나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구속된 전 당대표의 그늘에 숨어 혐의를 부인하고 선량으로 행세한다. 총선이 이들을 합법적으로 재기시키는 무대로 퇴화한다면 국민의 혈세로 도덕적 파산을 면죄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어떻게 당을 통합할 것인가? 현재 민주당은 당대표의 친위대를 비롯한 기득권이 장악한 방탄 정당이다. 동시에 반대 세력의 이견을 억압하는 패권 정당이다. 비명계로 불리는 반대 의견 집단이 30%를 넘지만 공천 불이익에 숨죽이고 있다. 수박으로 멸칭된 의원들은 진작 마음의 짐을 싼 지 오래다. 향후 비명계의 탈당 행렬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는 순전히 공관위의 역량에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기득권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다른 당은 지도부와 중량급 인사들이 불출마와 험지 출마로 헌신하고 있다. 반면 당대표를 업고 양지에서 군림해 온 친명 지도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당대표를 알뜰히 보위한 대가를 받겠다는 심산일지 모른다. 따라서 공관위가 이들의 책임과 헌신을 엄중히 요구하며 기득권을 해체하는 물꼬를 터야 한다.

통합과 혁신 공천은 비단 민주당의 과업만은 아니다. 정치의 시간에서 어느 때나 사익을 애당심으로 포장하는 무리들이 곳곳에 있는 법이다. 이제 그들을 걸러내고 정치를 정상화해야 할 때이다. 누구에게나 투명하게 보이는 손이 작동하는 공천으로 그 첫걸음을 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