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분열을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의 '반(反) 쇄신 리스크'(매일신문 1월 5일 보도)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 사당화를 반대하는 비주류가 당을 떠났다. 이상민 의원이 탈당했고,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3명이 당을 떠났다.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에 이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데 있다.
◆분열의 서막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은 공천에 대한 불신 탓이다.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가 요구한 당 대표직 사퇴와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냉정하게 거부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공천을 맘대로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명(비이재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지난해 12월 3일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 의원은 줄곧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돼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됐다"며 이 대표에게 각을 세웠다. 이 의원은 사실상 나 홀로 활동한 탓에 당내 파장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대전 7석 중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5선(유성을)인 이 의원의 입당은 큰 의미가 있다.
비명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의 탈당은 파장이 크다. 공천을 장담하지 못하는 비명계 의원들에게 선도 탈당의 시그널을 줄 수 있어서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거취를 걸고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비상대책위회 구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에서 벗어나자고 호소하는 과정에서 강경 당원들한테 살해 위협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표는 미동조차 없었다. 급기야 지난 10일 "윤석열 정치도, 이재명 정치도 실패했다"며 제3지대에서 개혁 대연합을 이끌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원칙과 상식의 탈당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탈당을 선언했다. 일찌감치 신당 창당을 공언한 그는 탈당 의원들과 함께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5선 국회의원에다 전남도지사,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신당의 간판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재명 대표는 처신에 비판을 받았다. 그는 '원칙과 상식'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전직 국무총리와 회동에서도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탈당 가능성을 줄곧 언급했지만 사실상 손을 내밀지 않았다.
◆추가 탈당자 나올까
민주당 비명계 또는 공천 탈락자들의 추가 탈당 여부가 관심이다. 당 안팎에서는 비명 의원과 친명 원외 도전자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상황 관리 능력에 따라 추가 탈당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정봉주 교육연수원장은 비명계 박용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출마를 선언했다. 정 원장은 최근까지 라디오와 유튜브 등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저격해 왔다.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은 비명계인 전해철 의원 지역구인 경기 안산상록갑 출마가 유력하다. 양 의원장은 강성 친명으로 꼽힌다. 이 대표 대변인 출신인 황명선 전 논산시장은 '원칙과 상식' 소식 김종민 의원 지역구인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응천 의원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갑에는 친명계인 최민희 전 의원이 출마한다.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에도 친명을 자처하는 도전자들이 여러 명 나섰다. 이처럼 비명 의원과 친명 원외 도전자 맞붙는 지역구에서 원칙 없는 잣대로 비명계가 불이익을 받을 경우 연쇄 탈당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와 정성호 의원 간에 친명인 현근택 변호사 징계 문제를 논의한 문자가 공개되면서 비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 의원이 공천 탈락을 언급했지만 이 대표의 반론에 엄중 경고로 수위를 낮췄다. 이 대표가 친명 도전자를 감싼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기류가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은 상당한 분열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현재로선 신당 지지율이 높지 않은 광주전남이지만 민주당 공천에 불만을 품은 인지도 높은 인사들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선도 탈당한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연쇄 탈당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역 의원이 연쇄 탈당해 합류할 경우 이준석 신당 등과 연대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고, 각자도생 하더라도 현역 의원 수에 따라 '기호 3번'으로 총선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김종민 의원은 1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총선에서 3파전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조응천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신당의 1차 목표는 (기호 3번을 받을 수 있는) 7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다. 1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해 선거비용을 보전받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이준석 신당' 등 모든 사람이 다 들어오는 빅텐트를 치고자 하는 것"이라며 "공동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제정당이 함께 모여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이준석 궁합은?
제3지대 빅텐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간 궁합이 가장 중요하다. 두 사람은 지난 9일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참석해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깨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개혁신당 당원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형태의 연대는 가능하다"고 했고, 이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과)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은 있다"고 대답했다
함께 당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당원 4만명을 모은 이준석 신당은 1월 20일쯤 창당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낙연 신당은 시간이 다소 걸린다. 빅텐트 보다는 각자 창당 이후 '선거 연대' 정도가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얘기가 들린다. 이준석 위원장이 비례대표 선출은 독자적으로 하고, 지역구 출마는 연대하자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광주전남을, 이준석 위원장은 대구경북을 정치적 기반으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TK나 광주전남 여론이 두 사람이 함께 신당을 만드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연대를 하든, 통합신당을 꾸리든 '반윤석열' '반이재명'을 넘어 새로운 인물, 정책. 비전이 중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무분별한 합종연횡과 낙천자 집합소가 아닌 양당의 싸움이 질린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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