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忍冬草). 한자 뜻 그대로 겨울을 잘 견녀대고 자란 풀이다. 봄이 왔을 때, 하얀 꽃을 피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잎이 타원형으로 마주 자라는 반상록 덩굴성 식물이다. 열매는 검은색이며, 줄기·잎·꽃은 매독·임질·치질 치료의 약재로 쓰인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이로운 꽃이다.
'겨우살이 넝쿨', 추운 겨울에도 입과 줄기가 시들지 않는 이런 식물을 별명으로 가진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의미다. 하지만 그 속뜻은 전혀 반대로 해석될 여지는 있다. 그래서 이번 평형이론의 주제를 '선 인동초와 악 인동초'로 정했다.

◆'선'(善) 인동초의 상징, 김대중 전 대통령(DJ)
DJ의 대표적 별칭은 '인동초'다. 2009년 서거 후 불가(佛家)에서도 '인동초'라는 별칭으로 높이 칭송하기도 했다. DJ의 인생역정을 가장 잘 표현한 하나의 키워드도 '인동초' 세 글자로 요약된다.
55차례의 가택연금과 6년의 감옥생활, 2차례의 망명길, 사형선고와 납치 등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제15대 대통령(1998.2~2003.2)에 당선됐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그런 파란만장한 삶이 인동초를 연상케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DJ는 야당 총재 시절 광주민주화운동 묘역을 방문해, "나는 혹독했던 정치 겨울 동안 강인한 덩굴풀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 한 포기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후 '인동초'라는 별칭을 안겨다줬다.
실제 최고 권력자(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적어도 겉으로는 용서와 화해의 삶을 실천해 복수와 증오가 넘쳐나는 정치의 본질적인 측면을 다소나마 완화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퇴임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가장 행복한(?) 전직 각하로 노후를 보냈다.

◆'악'(惡) 인동초 표상, 마이웨이(My Way) 이재명 대표(JM)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및 사후 전망(쪽집게)으로 유명한 류동학 혜명학술원장이 2년 전 이맘 때쯤 기자가 진행했던 유튜브 생방송 'TV매일신문 관풍루'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악한 의미의 인동초"에 비유했다.
당시 류 원장은 사주명리를 통해 이 대표를 '편인과다'(임기응변에 능한 편인(偏印)의 끝판왕)라고 분류하며, 이어 '한겨울에 삭풍이 몰아치는데도 굳건히 견디는 인동초(잡초)와 같은 유연함과 인내심을 갖고 태어난 팔자"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직한 대기만성형"이라며 "말년 운도 좋아 단일화 후 정권교체를 이룬다"고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 JM의 현재까지 정치역정을 보면, 류 원장이 말한 그대로 '한겨울 삭풍 속 인동초'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DJ 인동초와는 차원이 많이 다르다. 야당 대표(총재)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정반대의 행보를 걸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DJ는 인생행로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야당탄압'이라고 봐야하는 측면의 '정적제거'의 희생양이 됐고, 그 험난한 역경을 잘 견뎌왔다. 하지만 JM의 오롯이 본인의 각종 범죄행위로 인한 사법리스크(대장동 특혜, 쌍방울 대북 불법송금, 위증교사, 성남FC 광고특혜 등) 문제를 '야당탄압'으로 포장하려니, 무리수가 따르는 것이다. 아직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판결을 받지 않았지만, 모든 사건이 정치적 탄압이 아니라 범죄 혐의가 상당수 소명되는 검찰의 기소로 봐야 한다.

JM은 야당 총수로서 DJ의 포용과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민주당은 DJ·노무현 정신이 사라진 1인 방탄정당"이라고 결심의 배경에 JM의 사당화가 있음을 직격했다.
또 '원칙과 상식' 3인방(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도 JM의 대표직 사퇴 후 비대위 구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하루 전날 탈당을 선언한 후 이낙연 신당과의 연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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