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민주당 의원들의 무지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이데올로기에 함몰되면 '사실'을 거부한다. 유기체는 외적 환경 조건에 따라 처음의 고유한 특성을 잃거나 새로운 형질을 획득하게 되고 이것이 유전된다는 트로핌 데니소비치 리센코의 주장을 1948년 당의 공식 이론으로 채택한 소련이 대표적이다.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을 부인한 것이지만 소련의 '정설'이 됐던 것은 교육과 훈련으로 '소비에트형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스탈린의 의지주의적 마르크스주의 철학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스탈린의 병적 외국 혐오증에서 비롯된 '국뽕' 이데올로기도 1940년대 후반 소련을 휩쓸었다. 라디오 발명자는 러시아의 알렉산더 포포프이며, 백열등도 러시아의 알렉산더 로디긴, 증기기관도 러시아의 이반 폴주노프, 비행기도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표도로비치 모자이스키가 처음 발명·제작했다고 했다. 모두 사실(史實)과 어긋나는 억지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못지않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는 인체와 해양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자 이재정 의원은 'IAEA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틀린 소리다.

IAEA 헌장 제3조는 '원자력 안전 및 핵 안보 증진-건강을 보호하고 생명이나 재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기준 설정 및 개발'을 IAEA의 기능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사전 검증은 여기에 정확히 부합한다. 양이원영 의원도 지지 않았다. IAEA가 유엔 산하 기구가 아니라고 했다. '팩트'는 'IAEA는 1957년 설립된 유엔 산하 독립 기구이다'(국가기록원)이다. 모두 반일(反日) 이데올로기 함몰이 빚은 무지이다.

그 무지의 기록에 새로 하나가 추가됐다. 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가 "북한의 핵·미사일의 확장을 억제하자는 전략"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확장 억제는 미국의 억지력을 동맹국에게 확대 적용해 북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으로 '북핵 확장을 억제한다'는 게 아니라 '한미의 억지력을 확장한다'는 개념이다. 조 후보자가 "잘못 알고 있다"고 하자 김 의원은 "후보자가 잘못 알고 있다"고 우겼다. 실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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