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나흘간의 여정을 마친 'CES 2024'를 관통한 한 단어는 단연 'AI'(인공지능)였다. 150여개국 4천여개 기업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해를 주도할 기술 트렌드를 선보였다.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세계 최고의 혁신기술 박람회인 CES가 주목한 화두는 'AI의 적용'이었다. 모든 기기에 AI가 탑재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가까워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 AI로 하나되는 세상
지난해 챗GPT의 부상은 생성형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전환점이었다. 올해의 경우 AI 적용 범위의 확대, 일상생활의 편의성 증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for All)'을 선언했다. 이번 CES 삼성전자 부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스마트싱스(SmartThings) 존'을 살펴보면 스마트홈에서 AI의 활용을 이해할 수 있다. 가전제품과 스마트기기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성하고 AI가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령 기상 후 거실로 이동하면 AI가 스스로 침실 내 기기를 제어해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 냉장고에 탑재된 AI가 식재료를 파악하고 조리법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고객경험 관점에서 재정립한 AI의 의미를 내세웠다. 실생활 생활 지능, 조율·지휘 지능, 책임 지능을 갖춘 '공감 지능'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특히, 현재 개발 중인 AI 전용 엔진인 'LG AI 브레인'을 소개했다. LG전자는 "AI 브레인이 상호 연결된 기기를 물리적으로 조화롭게 조율해 최적화된 작동 방식을 유도하는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LG전자는 AI 반려로봇인 '볼리'와 '스마트홈 AI 에인전트'를 나란히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두 로봇은 사용자에 대해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양사의 주력 제품인 TV에도 향상된 기능의 AI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SK그룹은 AI시대를 맞아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CES 2024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최태원 SK 회장은 AI산업에 대해 "이제 시작하는 시대이며, 어느 정도 임팩트와 속도로 갈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완성차 기업들도 AI기술의 발전을 산업 전환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소프트웨어(SW)·AI 기반의 기술 혁신으로 '인간 중심적인 삶의 혁신'을 이룬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특히 기아는 미국 최대의 운수 네트워크 기업 우버와 손잡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개발하는 한편 AI 중심의 솔루션을 개발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프랑스의 뷰티 기업 로레알은 CES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과 IT 박람회가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레알은 AI를 활용한 피부관리 방법 안내 및 제품 추천 기능을 수행하는 앱을 개발했다. 이용자가 사진을 제공하면, 이를 기반으로 AI가 피부 상태를 파악하고 알맞은 제품을 제안한다.
이밖에 유통기업 월마트가 쇼핑을 돕는 생성형 AI 챗봇을 소개했다. 또 AI를 활용한 칫솔, AI가 코골이를 줄여주는 베개, AI를 이용해 몰입감을 높이는 헤드셋도 전시회에 등장했다. CES 주최측은 AI가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전 영역에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셀트럴홀을 장악한 한국기업
CES는 라스베이거스 3개 구역에 걸쳐서 진행되는 대규모 행사다. 주 행사장으로 꼽히는 장소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홀(LVCC)로 글로벌 기업들이 이곳에 부스를 마련한다. 여기서도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중심은 바로 '센트럴홀'이다.
센트럴홀 입성은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선도기업으로 인정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번 CES에서 센트럴홀에서 한국 기업들은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LG전자는 세계 최초 투명 무선 올레드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형형색색의 빛을 내는 거대한 디스플레이 앞에 관람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내부는 더 화려했다. 올레드 디스플레이 140여 대로 구성한 터널을 감상하기 위해 매시간마다 긴 대기열이 늘어섰다. 하루 평균 6만명 이상의 참관객이 LG전자관을 찾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4천개 이상의 참가기업 중 가장 넓은 규모(3천934㎡·약 1천192평)의 부스를 마련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더 월(The Wall)'을 통해 미디어파사드를 상영했다. 개막 첫날부터 관람객들이 몰리며 평균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다. AI 반려로봇 '볼리'를 시현하는 시간에 맞춰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놀이공원 콘셉트로 선보인 SK그룹 전시관도 관람객들 사이에 꼭 방문해야 하는 '핫 플레이스'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번 CES 기간 중 LVCC 센트럴홀에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E&S, SK에코플랜트, SKC 등 총 7개 계열사의 통합 전시관을 운영했다.

특히 전시관 한가운데 자리한 지름 6m짜리 대형 구체 발광다이오드(LED) '원더 글로브'가 눈이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SK가 추구하는 청정한 미래를 담은 다채로운 영상을 선보이며 '사진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SK그룹은 이번 CES에서 SK전시관 평균 방문객이 지난해 2배 규모인 6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켈리 CTA(미국 소비자기술협회) 부사장 겸 CES 디렉터는 "AI는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다. 교통과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홈 같은 카테고리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은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트렌드"라고 했다. 이어 "(이번 CES에) 한국 기업 850곳 이상이 참가했고, 혁신상 중 상당수를 가져갔다"며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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