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달장애 자녀를 둔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하는 사건이 알려지면서 발달장애 교육에 대한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사건 이후 장애 혐오, 장애인 분리 교육 등 갖은 담론이 나오며 사회가 떠들썩거리는 한편 교사와 부모, 학생, 교육당국 등은 발달장애 교육 현장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중이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발달장애 학생의 교육과 돌봄 문제는 더욱 부각됐다. 가정에서만 보내는 무료한 생활이 지속되면서 우울과 불안이 동반돼 아이를 감당하지 못한 부모는 극단적 선택을 택하기도 했고, 코로나19 이후 돌아간 학교에서는 때리기, 뜯기 등 도전적 행동 문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매년 떠오르는 발달장애 이슈에 이는 더 이상 개인의 영역으로 둬선 안 된다며 두 팔 걷고 나선 이들이 있다. 사회복지 특성화대학인 대구대의 '특수교육·재활과학 연구소'는 지난 2022년부터 발달장애 학생을 위해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고자 AI 기술과 결합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AI로 도전적 행동 수집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 연구진이 주목한 건 AI 기술 등을 활용한 장애인에 대한 지속 가능한 24시간 교육과 돌봄 지원체계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연구의 시작은 오랜 기간 특수교육 분야에 머물면서 바라봤던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부족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윤주연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전임 연구교수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중재 기법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와 관련된 연구도 많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가 있었다"라며 "도전적 행동에 대한 중재 기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매번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적은 교사 인력으로 많은 학생의 행동을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현장의 어려움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AI 기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에서 갖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AI 기술이 분석한 뒤, 데이터를 축적하면 교사들이 행동이 나타나기 전 전조 증상이나 해당 행동에 대한 대응 방안을 익히는 데 수월하겠다는 게 연구진의 생각이었다.
이로 공대 등 이공계열의 교수와 협업해 발달장애인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웹 기반 자동으로 도전적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는 체계 구축에 본격 나섰다.


◆시스템 적용하니 효과 톡톡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많은 표본이 있어야 했다. 즉, 발달장애 학생들의 행동을 계속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를 위해서는 장애 학교 내에 카메라를 설치해 장애 학생들의 행동을 계속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애 학교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부모들의 찬성을 얻기 힘들뿐더러 학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추후 AI가 발달장애 학생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밀도와 정확도가 높은 영상이 필요했다. 학교 내 폐쇄회로(CC)TV를 기반한 촬영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이 되자 연구진은 직접 학교의 예비 특수교사 학생 4명과 함께 대표 19개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정밀 촬영에 나섰다. 예비 특수교사 학생들이 직접 도전적 행동을 시현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구축한 시스템을 대구 남양학교에서 선보였다. 지원자가 속한 교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학교생활을 촬영하고 촬영 영상에서 나타난 도전적 행동에 대해 중재 전략을 시도했다. 해당 학생은 자신의 머리를 때리거나 교사를 꼬집는 등의 도전적 행동을 연속적으로 보였으나 중재 과정을 통해 해당 행동이 90% 이상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경인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처음에는 우리 시스템에 대해 교사가 의구심을 가졌는데 학생 행동에 변화가 생기니 교사도 학생 교육에 있어 이해도가 넓어졌다"라며 "예전에는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고 했으나 이제는 '이런 행동에 이렇게 대응하면 된다'는 식이다.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내년 8월까지 연구를 이어가기로 한 연구팀은 앞으로 발달장애학생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메타버스 내 교육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어디서든 실시간으로 AI를 통해 분석된 도전적 행동에 대해 컨설팅과 중재 교육을 해주는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경옥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장은 "중재 교육을 해주는 행동전문가들이 전국에 몇 없다. 특수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 메타버스 교육콘텐츠는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무엇보다 정확도 있는 AI 시스템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절실한 상황이다. 연구가 알려지자 학교와 병원에서도 연락이 온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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