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만 선거]대만 총통 당선됐지만 라이칭더 '험로' 예상…내우외환 불가피

40% 득표율 당선에 여소야대로 국정장악 한계…野우세 입법부와 '힘의 균형' 모색
中 압박 강화 예상 속 라이칭더 '독립' 관련 전략적 모호성 유지 예상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라이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한 후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라이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한 후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했으나, 국내·외 산적한 현안들이 많아 험로가 예상된다.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진당은 과반을 차지 못해 국정 장악력이 떨어진 데다 중국은 경제적 강압과 무력시위의 강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입법위원 과반 실패 내정 장악력 '뚝'

라이 당선인이 직면한 최대 난관은 입법위원(국회) 과반 장악 실패다. 4년 전 113석 중 61석이었던 민진당 의석수가 이번에 51석으로 줄었다. 이는 제1야당인 친중 국민당(52석)에도 한 석 뒤진다. 8석을 쥔 제2야당 민중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것이다.

현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56.12%)과 2020년(57.13%) 총통 선거에서 모두 50%를 넘겼지만 라이 당선인은 40.05% 득표에 그쳤다.

이런 변화로 미국산 무기 구매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만과 비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총통선거 후보 단일화까지 시도했던 친중 성향의 국민당과 중도 노선 민중당은 민진당과 결이 달라서다. 이밖에도 라이 당선인은 성장률 저하와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이른바 '차이잉원 유산'을 물려받아야 할 처지여서 주목된다. 대만 두 야당은 이런 경제 문제를 싸잡아 민진당 정부 실정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 中 경제 강압·무력시위 강화 가능성

중국은 '강공'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선거 결과가 대만의 '주류 민의'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외교부장도 14일 "대만 지역의 선거는 중국의 지방 사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무엇보다 재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작년 4월 차이 총통의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방미 회동을 빌미로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했던 중국이 또다시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인민대 스인훙 교수는 대만 중앙통신사에 "민진당 집권 3기의 양안 대치 국면은 최소한 현재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에 대해 더 많은, 거의 전면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제재 확대도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지난 9일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 중단을 예고한 바 있다.

◆ 라이칭더 '독립 선포' 여부 최대 관건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은 '중국 문제'를 최대 난제로 본다. 라이 당선인은 "이번 대선은 민주와 권위주의(威權) 사이에서 대만이 민주의 편에 섰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양안(중국과 대만)은 대화·교류해야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교류로 봉쇄를, 대화로 대항을 대체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국제사회도 라이 당선인의 행보에 주목한다. 외교가에선 라이 당선이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차이 총통과 마찬가지로 대만 독립 의지를 강조했으나, '독립 선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민진당이 1986년 대만 독립론을 바탕으로 창당했지만, 2000년 당선됐던 천수이볜 총통 또는 차이 총통도 대만 독립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라이칭더는 당선 확정 후 "새로운 입법부 구조에서 소통, 협의, 참여, 협력"을 촉구하면서 당을 뛰어넘는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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