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경쟁의 아름다움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보통'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 자기 이익에 대한 관심(self-interest)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런데 이 본성이 자칫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오직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안녕을 해치는 우를 범하는 약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위대한 정치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이처럼 절제되지 못한 개인의 이익 추구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제도나 체제를 경쟁 시스템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경쟁과 반대인 독점 상태에서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쉽다고 지적한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시장 경쟁은 생산자와 판매자에게는 지독하게 피하고 싶은 것이다. 한때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블루오션은 현재 없거나 잘 알려지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을 가리킨다. 블루오션을 창출한다느니, 개척한다느니 하는 말은 따지고 보면 경쟁을 피하려는 노력이다. 반대로 경쟁자가 없는 독점 시장은 공급자 관점에서 물건의 가격이나 수량 조절에 제약이 적기 때문에 그야말로 '꿈의 시장'이다.

이와 반대로, 일반 소비자와 구매자에게 시장 경쟁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경쟁은 생산자에게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들도록 압력을 가하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된다. 또한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짐을 의미한다. 독점 시장에서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 없이 오직 독점업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만을 소비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 시장에서는 비슷한 상품들 여럿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소비자는 이들 가운데 자신의 필요와 효용 가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독점 시장의 업자는 경쟁 시장에 비해 높은 이익인 독점 지대를 얻으려는 탐욕이 생겨난다. 따라서 경쟁은 이 같은 인간의 잘못된 이기심, 즉 탐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경쟁을 통해 생산자도 원치 않았지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경쟁이 없으면 경쟁력도 없다'는 말이 있다. 경쟁력 확보가 온전히 경쟁으로부터 온다고는 볼 수 없지만 경쟁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fact)이다.

반대로 경쟁이 없는 독점체제에서는 경쟁력에 대한 유인이 없기에 무능해지기 쉽다. 그뿐만 아니라 경쟁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부패에 노출되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부이다. 정부는 공공재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독점 기구이다. 대다수의 정부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무능함과 부패에 허덕이는 이유가 바로 정부 자체가 독점인 데서 기인한다.

사람들이 종종 지방자치와 분권을 왜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공공선택학자로서 이렇게 답하곤 한다. 중앙정부에 의한 독점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부패를 조장하기 쉽기 때문에 분권화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들에 권한을 주고 책임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치단체들 간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시민들을 위한 정부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다. 경쟁의 아름다움은 시장과 특정 분야에서만 꽃피지 않는다. 우리의 삶 곳곳에서 꽃을 피운다.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나쁜 의미의 '너무하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베푸는 종교 단체나 기관에 '지나치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경쟁은 아름다운 것, 다시 말해 좋은 것이기 때문에 '너무하다' '지나치다'와 같은 부정적인 말과 어울릴 수가 없다.

그런데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왜곡하려는 일부 지도자와 지식인들에 의해 경쟁은 부도덕하고 못된 것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경쟁을 함께 일하고 서로 돕는 '협력'의 정반대되는 말로 변질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경쟁이 없는 사회를 마치 좋은 사회인 것처럼 포장했다. 경쟁의 반대말은 협력이 아니라 독점이다. 경쟁이야말로 '나'는 힘들고 피하고 싶지만 사회 전체에는 좋은 공공의 이익과 이타적인 결과를 낳는다. 올바른 경쟁 체제가 바로 국가와 공동체 번영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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