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재판하던 강규태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냈다. 강 부장판사가 법원을 떠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명백한 반사회적 행위라고 본다.
사건이 간단함에도 그는 공판준비절차만 6개월, 2주에 1회 재판, 지난해 이 대표 단식 후 2개월 재판 중단, 검찰의 '주 1회 재판 요구' 거부 등 시간을 끌다가 선고를 목전에 두고 사직서를 냈다. 재판을 미루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이 대표 측의 사법 농락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대선 정국까지 흘러가면 대법원 판결은 정치적 판결이 돼 버릴 수도 있다.
판사의 합법적 반사회적 행위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을 맡았던 김미리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피의자들이 기소되고 1년이 지나도록 공판 일정조차 잡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2021년 4월 개인적 이유로 휴직했다. 그 결과 1심 선고까지 무려 3년 10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의원도 국회의원 임기를 채울 것이 확실하다. 합법적 불의(不義)가 반사회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브로커로부터 6천만원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에 대해 민주당이 총선 후보자 '적격 판정'을 내렸다. 아직 이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적격 판정은 불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반사회적 행위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이 노·황 의원을 총선 후보자로 적격 판정한 것은 이재명 대표를 위한 배려라고 본다.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노·황 의원을 부적격 판정하면 재판받고 있는 이 대표 역시 부적격이니 말이다. 범죄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공천에 '가점 요소'가 되는 기이한 일이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합법적 불의 탓에 감옥에 갈 위기에 있는 인사들이 국회에 가서 법을 주무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합법적·제도적 불의는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를 지켜야 할 법과 제도를 범죄자를 지키고 범죄를 용인하는 데 이용한다는 점에서, 나아가 그 불의가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불법 이상으로 거악(巨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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