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난임과 유산에 대처하는 심리 가이드

에이미 웬젤 지음 / 이승재, 조영란, 황정현 옮김 / 심심 펴냄

난임, 유산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난임, 유산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아기를 구경하기가 참 힘든 요즘이다. 2023년 대한민국 전체 출생아 통계수치는 0.73으로, 1이 채 되지 않는다. 올해는 0.7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고,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슬슬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는 요즘, 이 수치는 정말 피부로 와 닿는다. 이미 결혼한 지인과 결혼 예정인 지인들로부터 왕왕 "딩크족으로 살겠다"는 말을 듣고, 이를 약속하고 결혼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약 20만명이 난임 진단을 받았다. 낳지 않겠다는 선택도 있지만, 낳지 못하는 부부들도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 전체 임산부의 무려 15% 정도가 자연 유산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중 1% 정도는 임신 20주 이전에 3회 이상의 자연 유산을 경험한다.

이런 난임과 유산은 큰 상실감을 수반한다. 우울감, 죄의식, 원망, 절망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휘몰아친다. 만약 이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면, 제때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한 우울장애로 번져 대인관계나 개인적인 생활 자체에도 큰 영항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난임 및 유산 경험자들은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줄 모르고, 당황스러움에 그저 방치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 '난임과 유산에 대처하는 심리 가이드'는 그 같은 상황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에이미 웬젤'은 미국에서도 몇 안 되는 주산기 여성 심리학자이자 저명한 인지행동치료 전문가다. 그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난임과 유산 경험자들의 상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총 10단계로 정리한 심리 가이드이기도 하다.

또 이 책을 옮긴 이들도 이승재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법의간호사 조영란, 임상심리사 황정현 등 관련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진심으로 난임과 유산을 겪은 이들을 위로하면서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살면서 겪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지혜롭게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책에 제시했다"면서도 "상담만으로도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으니 우선 센터에 연락 하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책에는 독자들을 위해 전국에 있는 난임·우울증상담센터 정보가 수록돼있고, 전문 용어는 쉽게 풀어냈다.

책에서는 난임과 유산으로 인한 여러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이드를 총 10단계로 나눠 소개한다. 먼저 첫 단계는 '지금 느끼는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인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2단계는 자기돌봄과 함께, 삶이 치유의 출발점에 서게 해준다. 이 상황에서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이를 활용한 계획과 전략도 담았다. 3단계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다시 삶 속으로 돌아가는 첫 번째 시도'가 담겨있다.

4단계와 5단계는 유산 후의 부정적인 생각과 이미지를 다룬다. 특히 4단계에서는 상실 수 흔히 겪는 인지왜곡 여섯 가지를 소개하고, 5단계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여섯 가지 오류를 소개한다. 6단계에서는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담았고, 그 중 특히 상호작용 방식으로 자기주장적 의사소통 방식을 권한다.

7단계는 부정적인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방법을 제안하고, 8단계는 그동안 미뤄왔던 의사결정에 대한 것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9단계와 10단계에서는 임신과 관련해 벌어진 상실과 우울 등을 삶에 '수용'하는 방법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는 지침을 안내한다.

저자는 "이 시기를 견디기 위해 그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324쪽, 1만9천800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